“시리얼은 23.5%, 아기들 분유는 30.1% 올랐고요, 달걀은 무려 46.8%나….”
민주당 전당대회가 시작된 19일 오전 시카고 도심에 있는 ‘트럼프 호텔’에서 론 존슨·릭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민주당전국위원회(RNC)가 건물 외벽에 레이저로 ‘트럼프·밴스는 이상할 정도로 기괴하다’는 문구를 투사했던 트럼프 가문의 주요 자산이자 ‘시카고 본진’이다. 이들은 바이든 정부 임기 동안 물가가 크게 상승한 것을 부각하며 “사회주의자 해리스가 집권하면 미국 경제는 파괴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전당대회 기간 펜실베이니아·미시간·애리조나 등 주요 경합주에서 ‘맞불 유세’를 벌이며 김을 뺀다는 계획이다.
존슨과 스콧은 이날 민주당 잔칫상이 벌어지고 있는 시카고를 찾아 바이든·해리스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의 마러라고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가 지역구인 존슨은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고, 트럼프 지지를 등에 업고 이달 11일 퇴임 계획을 밝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후임 자리를 노리고 있는 인물이다. 두 의원 뒤로 ‘시리얼·빵류 26% 상승’ ‘밀가루 27.2% 상승’ ‘아이들 음식 24.1% 상승’ ‘고기·가금류·생선 23% 상승’ 등 깨알 같은 내용이 적힌 판넬이 정렬돼 있었다. 스콧은 “백악관에 경제를 아는 위대한 사업가가 있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을 파괴의 길로 몰고 갈 사회주의자를 원하는가”라고 물었다. 최근 해리스가 발표한 취임 100일 경제 정책 구상을 “무리한 가격 통제 정책”이라 비판하며 “그 끝에 억압과 죽음이 있을 것”이라 했다. 해리스 정책을 놓고는 정부가 시장 가격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포퓰리즘’이란 비난이 상당하다.
존슨은 “이번 대선은 번영의 길, 파괴의 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아주 중요한 대선”이라며 “미국 유권자들이 주류 언론에 속지 말고 이 점을 꼭 이해하길 바란다”고 했다. 해리스가 등장 한 달도 되지 않아 주요 경합주에서 약진하며 선거 구도를 바꿔놓으면서 공화당 안팎에선 트럼프가 인신공격이 아닌 정책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브라이언 휴스 트럼프 선거캠프 선임고문은 이날 “해리스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우리가 예상한 대로 허니문을 거쳐 정체기에 도달했다”며 “이제 캠페인 대결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해리스가 대선 후보로 부각된 지 한 달 여 동안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점을 언급하며 “민주당은 해리스, 월즈를 유권자들로부터 멀리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 보고 있는데 트럼프와는 정반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