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전격 발탁되며 중앙 정치 무대에 데뷔한 지 겨우 보름이 지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해리스 못지않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털털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소탈한 이미지와 현란하고 정곡을 찌르는 말솜씨를 모두 갖춘 그가 크고 작은 행사장에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할 때마다 대의원과 당원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전당대회 첫날인 19일 저녁 유나이티드 센터에는 월즈의 사진을 찍으려고 취재진은 물론 대의원, 지지자 등이 귀빈석으로 몰리면서 주변 앉아있던 사람들이 보안 요원에게 “인파를 물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할 정도였다.
월즈는 앞서 이날 두 곳의 조찬 행사, 5곳의 대의원 모임을 훑는 광폭 행보를 하며 지지자들과 어울렸다. 월즈는 먼저 시카고 도심의 ‘팔머 하우스’에서 열린 펜실베이니아주 대의원 조찬에 등장했다.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인단 19명이 걸려있는 최대 경합주고, 월즈가 막판까지 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경합한 조시 셔피로가 주지사로 있는 곳이다. 본인을 ‘풋볼 코치’라고 소개한 월즈는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등 ‘블루 월(blue wall·민주당 장벽)’은 견고하다”며 “11월 대선에서 공화당원들을 지옥으로 몰아내자”고 해 박수를 받았다.
월즈는 그러면서 “정치는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고, 모든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얻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기쁨·친절을 갖춘 품위 있는 정치를 할 것”이라며 “잠은 죽어서 자겠다”고 했다.
이어 찾은 민주당 아시아·태평양계(AAPI), 성소수자 코커스에서는 월즈와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가 모여 현장이 북새통을 이뤘다. 월즈가 나타나자 “팀! 팀! 팀!”을 외치는 구호가 쏟아졌는데, 폴리티코는 “대의원들이 마치 콘서트에서 록스타를 촬영하듯 휴대폰을 높이 들고 그를 잘 보려고 몸을 숙였다”고 했다. 월즈는 1990년대 자신이 교사로 근무하던 학교에서 ‘성소수자 동맹’ 지부 설립을 도운 경험을 얘기하며 “권리는 파이처럼 나누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충분해야 한다” “사람들이 선택한 대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중서부 농촌 가정 출신의 백인 남성인 월즈는 도시적이고 세련된 것과 정반대인 이른바 ‘큰아버지·아재 감성’을 매력으로 어필하면서 소셜미디어에서 수많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양산하고 있다. 전당대회장에서 월즈가 방송 인터뷰를 할 때 23세 딸인 호프, 18세 아들인 거스가 신이 난 듯 손가락으로 ‘토끼 귀(bunny ear)’를 만드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영어로 희망을 의미하는 딸 ‘호프’의 이름은 수년간 난임 치료를 받으며 체외 인공수정(IVF)으로 어렵게 아이를 얻은 월즈 부부가 지은 것이다. 월즈는 전당대회 셋째 날인 21일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