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과 배우자 더글러스 엠호프가 19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나는 카멀라와 만나 빠른 속도로 사랑에 빠졌습니다. 카멀라는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다가온 온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고, 그건 지금 우리나라에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배우자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는 전당대회 둘째 날인 20일 무대에 올라 배우자를 위한 연설을 했다. 아들인 콜이 “우리는 그동안 봤던 백악관의 가족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 아빠는 ‘퍼스트 젠틀맨’으로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며 엠호프를 소개했다. 2014년 해리스와 재혼한 엠호프는 22일로 10번째 결혼기념일을 맞는다. 엠호프는 “해리스는 유쾌한 전사(戰士)이면서 특유의 유쾌함과 터프함으로 여러분을 이끌어줄 사람”이라며 “내가 해리스와 빠른 속도로 사랑에 빠졌듯이 미국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엠호프는 이날 해리스와의 ‘러브 스토리’를 공유하며 현장의 대의원과 당원, 지지자들에게 배우자가 차기 대통령에 얼마나 적합한 사람인지를 설명하려 했다. 현장을 지킨 모친을 호명하며 “우리 엄마는 카멀라가 나를 만나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엠호프는 “카멀라는 알면 알수록 나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그녀가 정의를 추구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인 걸 알게 됐다”며 “카멀라는 여러분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가장 분노할 것”이라고 했다. 또 “카멀라는 모든 일이 사람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고 있다”며 “공감이 그녀가 갖고 있는 최고의 무기”라고 했다.

재혼남인 엠호프에는 전처(前妻) 사이에서 낳은 30세 콜, 25세 엘라가 있다. 지난달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이 해리스에 대해 “자식 없는 여성”이라 비하한 과거 발언이 알려지자 전처가 나서서 “근거 없는 성차별 공격”이라 발끈했다. 엠호프와 해리스 사이에 생물학적 자녀는 아니지만 그만큼 콜·엘라에 대해 해리스가 친자식과 같은 사랑을 베풀었다는 방증이기도한데, 카멀라가 딸 엘라의 결혼식 준비에 심혈을 기울인 사연을 자랑했다. 콜과 엘라는 카멀라를 ‘새엄마’가 아닌 ‘모멀라(momala·카멀라와 엄마의 합성어)’란 애칭으로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엠호프는 오는 22일이 해리스와의 10번째 결혼기념일이란 사실을 알렸다. 이날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로 해리스가 대미를 장식하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해리스가 마음에 들었던 엠호프가 고민을 거듭하다 데이트 신청을 하기 위해 오전 8시 30분에 전화를 걸었는데, 이 때 녹음한 통화를 듣는 게 이 부부의 결혼기념일 루틴이라고 한다. 엠호프는 “목요일 밤엔 보이스 메일 말고도 카멀라가 여러분의 대선 후보 지명을 받아들이는 연설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녀는 이 나라를 이끌 준비가 됐다”고 했다.


◇ “첫눈에 해리스에 반해”… 엠호프는 ‘외조의 제왕’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배우자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가 20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전당대회 무대 위에 올랐다. /로이터 뉴스1

엠호프는 2008년 이혼한 뒤 해리스와는 2014년 처음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지인이 “일단 한번 만나보라”고 해서 이뤄진 소개팅이었다. 엠호프는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해리스에게 첫눈에 반했다”며 “데이트가 끝날 무렵 우리는 이미 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했다. 첫 데이트가 끝난 뒤 엠호프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만남이 가능한 모든 날짜를 이메일로 보냈다고 한다. 해리스도 이런 엠호프의 ‘직진’이 싫지 않았다. 2019년 쓴 자서전 ‘우리가 가진 진실’을 보면 엠호프에게 “나는 게임을 하거나 공을 숨기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며 첫 소개팅 뒤 흔히 벌어지는 남녀 간의 ‘밀고 당기기’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두 사람이 결혼한 뒤 해리스는 2017년 상원의원이 됐고, 2021년엔 사상 첫 여성 부통령에 올랐다. 이 기간 해리스가 이렇게 승승장구한 비결에는 엠호프의 ‘외조’가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30년 넘게 쌓아 올린 법조 경력이 있었지만 상원에 입성한 해리스가 워싱턴 DC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자 엠호프도 본거지를 옮겼다. 해리스가 부통령이 되면서는 이해 상충 문제를 고려해 수백만 달러 연봉을 받던 로펌 파트너를 그만뒀다. 엠호프는 “해리스 주변에는 그녀의 역할에 대해 조언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며 “나는 해리스의 남편으로 그의 곁에 있을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