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영배·김한규, 국민의힘 조정훈·최형두, 개혁신당 이준석 등 여야 의원 5명이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참관을 위해 19일부터 미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20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밀워키 합동 유세도 직접 참관했다. 21일 시카고 도심에서 가진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해리스 후보가 등장한 이후 미국 정치와 대선에 한 치 앞을 전망하기 어려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초당적 정치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볼 것”이라고 했다. 이번 방문은 미국 민주당의 국제문제연구소(NDI)가 공식 초청해 이뤄진 것이다. 의원들은 23일 워싱턴DC, 24일 보스턴에서 미국 일정을 이어간다.
◇ 이준석 “韓투자국 지위는 외교·안보 지렛대”
이준석 의원은 이날 “미국 정치는 격변기에 있고 과거의 미국과 지금의 미국이 대한민국을 다루는 스탠스가 다르다”며 “우리 기업이 활발하게 미국에 진출하며 한국은 이제 수혜국이 아닌 투자국 지위를 갖게 됐다. 이걸 국회 차원에서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의원단은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시카고에서 앤디 배쉬어 켄터키 주지사와 면담을 가졌다. SK온과 포드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양산을 앞두고 있는데, 배쉬어 주지사가 한국 기업의 지역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대해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의원단은 전했다.
이 의원은 “한국·일본·대만 할 것 없이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지만 무조건 돈만 들인다고 성공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닐 것”이라며 “기업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대·기아차 진출 이후 조지아주에서 한미 양국의 새로운 교두보가 마련된 사례를 언급하며 “기업 진출에 대해 상원의원들이 특히 관심이 많고, 미국에선 상원이 외교·안보의 상당 부분을 컨트롤하는 만큼 우리 기업의 대미(對美) 투자가 대한민국 안보에 있어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의원단은 전날 시카고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밀워키 파이서브포럼에서 진행된 해리스 유세를 참관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해리스 지지자들은 ‘사상 첫 흑인 여성 대통령’ 구호를 외치고 있고, 해리스는 본인의 검사 경력을 살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검사 대 범죄자’ 구도를 부각하고 있다. 이 의원은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 검사 출신으로 대권을 거머쥔 윤석열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가 많이 본 구도”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 전 대통령은 중도화 전략, 윤 대통령은 젊은 세대 참여한 ‘세대 연합’이 승리에 주효했던 것”이라며 “앞으로 70일 동안 해리스 캠페인이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다”고 했다.
◇ 野 “당원 영향력 확대는 전 세계적 경향”
한국과 미국의 정치 문화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단장인 김영배 의원은 “정치인 발언 수준이나 대중들의 현안에 대한 관심은 결코 우리가 뒤처지지 않는다”면서도 “미 의회에선 양당이 합의해 법안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우리는 4월 총선 이후 하나도 합의 처리한 법안이 하나도 없어 그런 면에서 아쉬움을 갖는다”고 했다. 같은 당 김한규 의원은 “당내 의사 결정, 후보자 선출 과정에서 당원과 지지자의 영향력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 있고 미국도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며 “직접 민주주의는 전 세계적 경향이고 이걸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정치인의 역할인 것 같다”고 했다. 국회 입법이 교착 상태인 가운데 “양당 지도부가 국내에서 새롭게 구성됐기 때문에 9월 이후에는 다른 모습을 기대하고, 당내에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대선 전망에 대해선 김한규 의원이 “후보가 바뀌고 분위기가 아무래도 민주당 후보에게 조금 더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며 “바이든 정부와 다르지 않은 대외·산업 정책이 유지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고, 가능하면 진보적 후보가 선출되기를 바라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조정훈 의원은 “절대 일방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민주당·공화당 (당선) 시나리오별로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