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주·공화 양당 상원의원들이 내달 초 방한해 한·미·일 3국 주요 기업인들과 경제·안보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11월 미국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직 상원의원들이 합동으로 방한하는 건 이례적이다. 특히 이번에 방한하는 의원단엔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도 포함됐다. 미 의회 소식통은 “양당이 선거를 앞두고 벼랑 끝 대결을 벌이고 있지만,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한·미 동맹 및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초당적인 메시지를 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 의회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 측근으로 꼽히는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테네시주)은 양당 상원 중진 의원들을 이끌고 방한해 한·미·일 3국 기업 총수 및 경제인들이 참석하는 ‘3국 경제 고위급 대화’ 행사를 주재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1기 당시 주일 대사를 지낸 해거티는 현재 상원 외교위 소속으로,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국무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그를 포함한 양당의 중진 상원의원 6~7명이 최종 참석 여부를 조율하고 있다.
이번 방한 의원단엔 바이든의 최측근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도 포함됐다. 시카고에서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고별 연설’을 한 바이든을 직접 소개했던 쿤스는 바이든의 지역구(델라웨어주)를 물려받을 정도로 각별한 관계다. 상원 외교위 등을 거친 쿤스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외교안보 고위직 지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의회 소식통은 “한·미·일 협력의 초당적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상원단 여야 비율을 고르게 맞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미국 기업 중에선 반도체 기업 AMD·퀄컴, 미 최대 석유·가스 기업 컨티넨털 리소스 등의 고위 임원 등이 방한한다. 한국 측에선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한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류진 풍산 회장 등이, 일본에선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주요 임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첨단 반도체 기술 및 에너지 안보 등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미 의회가 설립한 워싱턴DC의 초당파적 정책 연구기관 우드로 윌슨 센터 등이 주최하고 현대차가 후원한다.
의회 관계자는 “미 상원의원들과 3국 경제인들은 경제와 기술 분야의 협력이 장기적으론 3국 안보와도 직결되고, 대중·대북 위협 대응에도 공급망·에너지 협력 강화가 필수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미 정가에서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그가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중시’ 정책을 폐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한·미·일 3국 협력은 국내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분석이다. 해거티는 최근 로이터 인터뷰에서 “나는 한·미·일 3국 간 경제적 관계를 더 심화시킬수록 3국 간 유대도 더 강해질 거라고 보고 있고, 트럼프도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었다.
민주·공화 주요 상원의원들은 방한 기간 한국 정부 고위 인사들과 만나 대북 정책 및 대중 기조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대선에서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한미 동맹 및 긴밀한 공조는 필수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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