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 센터에서 연설하고 있는 미셸 오바마 여사. /AP 연합뉴스

11월 미국 대선을 2개월여 앞두고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20일 밤 연설한 미셸 오바마 여사가 한국계 디자이너가 만든 의상을 입고 연단에 오른 것으로 21일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배우자 미셸의 옷차림을 세세하게 분석하며 “위아래 복장은 물론 악세서리까지 고도로 계산된 패션 스타일”이라며 “공격적인 의상으로 이번 대선이 (치열한) ‘전투’가 될 것임을 암시했다”고 보도했다.

미셸이 이날 입은 옷은 짙은 남색 민소매 재킷에 발목이 보이는 크롭트 팬츠(짧은 바지)였다. 이 옷은 미국 럭셔리 브랜드 몬세(Monse)의 맞춤 정장이다. 도미니카 출신 뉴욕 디자이너 페르난도 가르시아와 한국계 미국인 로라 김이 설립한 브랜드다. 이들은 역대 미국 대통령 부인들이 취임식 드레스로 가장 선호하는 오스카 드 라 렌타의 공동 총괄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NYT는 “공교롭게도 로라는 최근 아시아계 혐오에 맞서기 위해 아시아계 패션계 인사들과 ‘반인종차별 모임(슬레이시언스)’을 만들기도 했다”며 미셸이 몬세의 브랜드를 선택한 것을 두고 반인종차별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 언론들은 특히 미셸의 날카로운 상의 옷깃과 노출된 양팔 등에 집중했다. NYT의 패션 비평가 바네사 프리드먼은 “날카로운 상의 옷깃은 군복을 연상시켰고, 양팔은 이두박근을 강조하기 위해 노출됐다. 마치 갑옷처럼 절제되면서도 날카로운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대선은 싸움이 될 것이고 모두가 투표에 임할 준비를 (진지하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했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20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버락 오바마(오른쪽)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연단에 올라 포옹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뉴스1

이와 함께 미셸은 마치 아마존 여전사를 연상 시키는 땋은 머리를 하고 나왔다. 미셸은 오바마 재임 당시(2009~2017년)엔 자신의 곱슬머리 대신 쫙펴진 생머리 스타일을 유지해왔다. 미 공영방송 NPR은 “흑인 사회의 상징인 곱슬·레게 머리 등 ‘아프로헤어’는 고위직에선 금기시되다시피했다”고 했다. 미셸은 남편이 퇴임한 후인 2018년 11월에서야 처음으로 본래 머리인 곱슬머리를 화보를 통해 공개했었는데 이날도 본연의 머리 스타일을 그대로 하고 나왔다. 이를 두고 NYT 등은 “(땋은 곱슬머리는) 가장 눈에 띄는 액세서리였다”며 “미셸의 본래 헤어스타일은 일종의 ‘해방’으로 상징된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셸의 민소매 의상이 전당대회장을 떠들썩하게 했다”며 “몬세의 과감한 디자인은 영부인 당시 입었던 정숙하고 세심한 복장보다는 벨기에 브랜드 마틴 마르지엘라와 같은 더욱 아방가르드한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미셸의 옷을 디자인한 로라와 가르시아는 WP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당당하면서도 섹시하게 보이길 원한다”며 “미셸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런 철학을 더 잘 구현해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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