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R. 맥매스터(62) 전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

“군인으로 일하면서 가장 도전적인 임무는 변덕스럽기로(mercurial) 악명 높은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근무하는 것이었다.”

허버트 R. 맥매스터(62)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발간할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나의 임무 수행’이라는 책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CNN이 26일 보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대북(對北) ‘최대 압박 전략’(Maximum pressure campaign)을 주도했던 맥매스터는 3성 장군 출신이다. 다른 전직 고위 참모들이 잇따라 트럼프의 좌충우돌 위험한 발언과 정책 결정 등을 폭로하고 나섰지만 맥매스터는 그간 침묵을 지켜왔다. 그랬던 그가 대선을 불과 2개월여 앞두고 트럼프를 정면 비판하는 회고록을 내면서 미 정가에서도 그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CNN은 이날 맥매스터의 회고록 일부를 입수해 내용을 보도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북한군이 열병식을 할 때 그들 군대를 전부 제거(take out)하면 어떨까라고 말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고 했다. 또 “멕시코에서 마약을 그냥 폭격해버리면 어떨까?”라고도 했다. 앞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도 회고록에서 트럼프가 멕시코 마약상 등을 무차별 폭격하면 어떻냐고 수차례 제안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맥매스터는 트럼프의 측근들이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통령님의 본능은 항상 옳다’ ‘언론으로부터 그렇게 나쁜 대우를 받는 사람은 (대통령님 말고) 없다’ 등의 말로 대통령에게 아첨하기 바빴다며 이를 ‘아첨꾼들의 경쟁적인 연습’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초기 두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맥매스터는 짐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비서실장 등과 함께 트럼프의 충동적인 결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라고 불렸다. CNN은 “많은 미국인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더 나온 군 통수권자가 될 것인지 진지하게 고려하는 시점에 맞춰 (이 회고록이) 출간됐다”고 했다.

2017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자신의 별장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새롭게 임명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트럼프가 듣고 싶지 않은 걸 말하라”

2017년 2월 임명된 맥매스터는 국가안보보좌관 초기를 회고하면서 “나는 나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맥매스터는 “나는 트럼프가 러시아의 선거 개입 문제와 대통령직의 정당성을 분리할 수 있기를 바랐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의 친구가 아니며 결코 되지 않을 것이고 이를 올바르게 지적하는 게 내 임무였다”고 했다.

이어 “푸틴은 ‘세계 최고의 거짓말쟁이’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놀아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그는 밝혔다.

맥매스터의 백악관 임기를 끝낸 결정적인 계기는 그가 2018년 2월 17일 뮌헨 안보 회의에서 “러시아가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이제 정말로 논란의 여지 없이 분명해졌다”고 말한 것이었다고 그는 밝혔다. 당시 기자회견에 트럼프는 트위터에 “맥매스터는 2016년 대선 선거 결과가 러시아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변경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을 잊었다”라고 했었다.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자마자 백악관에서 물러나야 했다고 맥매스터는 회고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 1기 참모들에 대해서도 혹평을 쏟아냈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1기 초기 대통령 ‘수석 전략가’로 임명됐던 스티브 배넌에 대해 맥매스터는 “트럼프의 불안감을 이용했던 ‘알량거리는 궁중 광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