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하경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반발하면서 체코 정부에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 한수원은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미국의 훼방에 절차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미국 기업은 한국형 원전이 자사의 원천 기술을 침해했다고 발목을 잡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체코전력공사(CEZ)가 한국수력원자력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했다(filed an appeal)”고 밝혔다. 이 기업은 “이번 입찰에서 참가 사업자는 CEZ와 현지 공급업체에 제공하려는 원전 기술을 체코 측에 이전하고, 2차 라이선스(특허 허가권)를 제공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수원의 원자로 설계 기술은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며 “한수원은 원천 기술을 소유하고 있지 않고 웨스팅하우스 허락없이 그 기술을 제 3자가 사용하게 할 권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웨스팅하우스는 고리 1호기 건설부터 국내 원전 사업에 참여하며 각종 원전 기술을 한국에 전수해왔다. 해외에 수출하는 한국형 원전의 기반이 웨스팅하우스 모델인 것은 맞는다. 1978년 결성된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에 따라 우리나라는 원전을 해외에 수출할 때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동의를 받게 돼 있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원전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한수원 및 프랑스전력공사(EDF)와 경쟁했다가 탈락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체코가) AR1000(한국형 신형경수로)를 도입하면 미국 기술을 불법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체코와 미국에서 창출할 수 있는 수천개의 청정에너지 일자리를 한국에 수출하게 된다”며 “그 일자리에는 웨스팅하우스의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일자리 1만5000개가 포함된다”고도 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다.

이어 “웨스팅하우스는 진행 중인 국제 중재와 미국 내 소송을 통해 계속해서 자사 지식재산권을 격렬하게 보호하고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이 체코 등에 수출하려는 원전 기술이 자사 기술이라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적용받는다고 주장하며 2022년 10월 미국에서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9월 미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은 “원전 수출 통제권은 전적으로 미국 정부에 있기 때문에 웨스팅하우스는 소송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그러나 이들은 다음 달 항소했고 현재 항소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는 조만간 대표단을 파견해 웨스팅하우스와의 추가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다음 달 윤석열 대통령이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체코를 방문하기 전 웨스팅하우스와의 갈등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웨스팅하우스가 완강한 입장을 보이면서 입장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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