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배우자 그웬이 지난달 30일 버지니아주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다시는 공립학교 선생님을 무시하지 말라.”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지난달 21일 전당대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기성 정치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본인의 교사 출신 경험을 녹여낸 것인데, 월즈의 배우자인 그웬 월즈(58) 역시 영어 교사 출신이다. 지난달 30일 버지니아주(州)에서 교사 200명이 모인 가운데 첫 단독 유세를 하며 캠페인에 시동을 걸었는데,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인 생식권(출산 관련 여성이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 이슈를 부각할 적임자로 꼽힌다. 그웬은 이날 “선거 시즌이 마치 학기 초와 같다”며 “기쁨과 희망을 느끼며 새로운 출발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웬은 월즈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이후 줄곧 단독 일정 없이 로키 전략으로 일관해 왔다. 월즈의 후보 수락 연설 때도 배우자가 무대에 오르는 관행을 따르지 않고 영상 출연으로 갈음했는데, 이게 결코 그웬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는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미네소타주 주지사 배우자 출신인 그웬은 공적 생활, 정치적 의무에 대해 아주 익숙한 편”이라고 했다. 월즈가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2006년부터 소규모 모금 행사에서 자주 연설했고, 2018년 미네소타 주지사가 된 뒤에는 주의 ‘세컨드 레이디’로 교육과 교정 개혁 문제 등에 앞장섰다. 총기 규제 문제를 놓고는 공화당 소속 주 의원들과 직접 스킨십을 하고 때론 압박 전술을 구사하는 정치력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배우자 그웬이 지난달 21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네소타가 지역구인 티나 스미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그웬의 강점으로 “교사들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힘든 군중 중 하나인 고등학교 학생들 앞에 서는 데 익숙하다”고 했다. 그웬은 1966년 미네소타 서부의 시골 마을인 글렌코에서 4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인근 네브레스카주로 이주해 영어 교사로 일하던 중 동료였던 월즈를 만나 1994년 결혼했다. 그웬은 첫 데이트를 회상하며 “남편이 키스를 하려 몸을 기울였지만 거절했는데, 그러자 ‘괜찮지만 내가 당신과 결혼할 것이란 사실은 알아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부부는 결혼 2년 만에 미네소타주로 이사를 갔는데, 역시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던 월즈가 ‘풋볼 코치’를 맡아 팀을 주 챔피언 자리에 올려놨다. 이때 그웬은 학생들에게 치어리딩을 코치하는 방식으로 남편에 내조했다고 한다.

이번 대선에선 월즈 부부가 자궁 내 인공수정(IUI) 방식을 통해 7년 만에 첫째 딸 ‘호프’를 얻은 사연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년 전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생식권이 최고의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우호적인 여성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낼 호재라 보고 있는데, 그 중심에 월즈 부부의 이야기가 있다. 그웬은 난임으로 고통받았던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여정이었고, 영혼을 갉아먹는 불안과 고통이 있었다”며 “우리가 겪은 일을 자세히 아는 건 옆집 이웃뿐이었지만 부부가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자유를 빼앗으려는 정치인들의 잔인함을 보고 우리의 경험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왼쪽에서 세번째)와 배우자 그웬(왼쪽에서 네번째)가 지난달 21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전당대회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맨 왼쪽은 딸 호프, 그 오른쪽은 아들 거스다. /UPI 연합뉴스

그웬은 30일 첫 단독 유세에서 20분간 연설을 했다. 교사 경력을 살려 교육 문제에 초점을 맞췄지만, 자녀가 없는 여성을 비하한 공화당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을 저격하며 “밴스씨, 당신 일에나 신경 써라”고 했다. “타겟(마트) 매장 앞을 지나갈 때 색연필을 사려 멈추고 싶었다” “학교 첫날 지각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과 같은 교사 마인드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며 청중(교사)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해리스 캠프 관계자는 언론에 “그웬이 앞으로 교육, 생식권 문제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배우자와 함께 또는 배우자 없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WSJ는 “그웬이 수년 동안 정책 문제에 있어 남편을 안정시키고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 역할을 해왔으며 때로는 직접 선거전에 뛰어들기도 했다”며 “대선 레이스의 뜨거운 열기 속 그웬의 역할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