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 AFP 연합뉴스

“누구든 한 명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최대 분수령이 될 첫 TV 토론을 앞두고 현지에선 이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도·부동층 표심을 잡기 위해 90분간 혈투를 벌인다. 오랫동안 독설을 주고받은 두 후보가 대면 토론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11일 오전 10시(한국 시각) 시작되는 이번 토론은 과거 어느 선거보다도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가 1%포인트 안팎 차이로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선 작은 실수도 박빙 구도가 깨질 정도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아 이번 토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양측은 ‘두 번의 기회는 없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검사 출신인 해리스가 과거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일을 언급하며 “이번에도 같은 전술을 구사해 트럼프의 의심스러운 발언에 반격하고 실시간으로 팩트 체크(사실 확인)를 시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리스는 2018년 트럼프가 임명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예리한 질문으로 캐버노를 코너에 몰았다. “예, 아니요로 대답해 달라”는 요구에 캐버노가 쩔쩔매는 모습이 크게 화제가 됐고 해리스는 이듬해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유세장에서 ‘검사(해리스) 대 범죄자(트럼프)’ 구도를 부각해 왔던 해리스는 토론에서도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와 극단적 발언들을 파고들면서 공세를 펼칠 전망이다.

그래픽=김하경

다만 토론 규칙상 해리스는 트럼프에게 직접 질문하거나 반박할 수 없고 사회자의 질문에만 대답해야 한다. 또 일방적으로 질문하는 청문회와 달리 자신에 대한 공격에도 대응해야 하는 만큼 청문회와 토론은 난도 차이가 크다는 분석도 많다. 7월 후보 등판 이후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던 해리스가 트럼프의 공격적인 언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말려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리스는 지난 5일부터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한 호텔에 머물면서 트럼프 대역까지 세워 모의 집중 토론 훈련을 했다고 전해졌다.

한편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이어졌던 6월 토론에서 과거보다 안정적이고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과거 트럼프는 상대의 말을 끊고 끼어들거나 고성을 지르기 일쑤였다. 그러나 6월 토론 때는 말투가 정돈됐고 바이든의 잇따른 말실수에도 기다리는 모습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캠프에선 그가 이번에도 흥분하지 않고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공화당 원로 및 중진들도 같은 취지의 주문을 하고 있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해리스는 토론 내내 트럼프가 화를 내도록 미끼를 던져댈 것”이라며 “진짜 대통령을 해본 사람으로서 침착하고 꾸준하게 정책 성과를 앞세워 해리스와 차별화하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는 모의 토론 없이 참모들과 정책 세미나를 하며 조언을 듣고 있다. 참모들은 이민, 경제, 범죄, 인플레이션 등 현 바이든 행정부와 부통령인 해리스를 공격할 수 있는 이슈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AP는 “그간 트럼프는 해리스의 인종(인도계 흑인)과 성별(여성)을 두고 소셜미디어 등에서 인신 공격을 해왔다”며 “토론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중도층의 지지를 빠르게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ABC방송이 진행하는 이번 토론 규칙은 지난 6월 바이든과 트럼프가 벌인 토론과 동일하다. 참고 자료 없이 펜과 종이 한 장, 물 한 병만 갖고 청중 없는 스튜디오에서 90분간 서서 토론한다. 후보의 모두 발언 없이 진행자 질문에 양측이 2분씩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자신의 발언 순서가 아니면 마이크가 꺼진다. 해리스 측은 마이크를 계속 켜놓자고 주장했다. 흥분한 트럼프가 막말을 하거나 해리스의 말을 가로막는 장면을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됐지만 트럼프 측이 거부해 무산됐다. 이에 해리스 캠프 측은 “규칙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정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또한 “ABC가 편파적”이라며 장외전을 벌이고 있다. “친(親)민주당 성향 방송사가 나에게 불리하게 토론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그는 ABC가 해리스 측에 예상 질문을 먼저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지만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전형적인 전략”이라며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결과가 저조할 경우 상대방을 탓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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