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문제를 보세요. 여성으로서 정말 걱정이 됩니다. 트럼프의 정책은 공화당의 정책이 아닙니다. 극단의 정책일 뿐입니다.”

10일 오후 미국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TV토론이 진행되는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의 미디어센터에서 트럼프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 업무를 맡았던 당국자 올리비아 트로이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한때 트럼프의 측근이었던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백악관 등에서 근무했던 참모 2명이 토론을 앞두고 트럼프 재선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일 오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간 첫 미 대선 TV토론이 진행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ABC방송 프레스센터.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담당 관료였던 올리비아 트로이, 백악관 공보국장이었던 앤서니 스카라무치가 취재진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민석 특파원

이날 프레스센터 입구 지점엔 파란색 카펫이 깔렸다. 이른바 ‘스핀룸(spin room)’이다. 토론 전후로 각 후보 참모들이 단체로 취재진들을 만나 토론회 결과와 자신의 강점을 홍보하는 공간을 뜻한다. 때론 대선후보가 직접 나서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각 후보 진영의 핵심 참모들이 자신들의 이름과 직책을 적은 피켓을 들고 이 공간을 누비면서 개별 언론사들을 공략한다. ‘이미지를 바꾼다’ ‘비틀다’ 등의 뜻을 담고 있는 ‘스핀’을 시도하는 참모들은 ‘스핀 닥터’라고도 불린다. 토론이 시작되기 수시간 전 유력 매체들은 스핀룸에 서서 오늘의 토론 전망에 대해 중계했다.

이날 스핀룸에 처음으로 등장한 트로이는 보수 진영의 대표격인 헤리티지재단의 차기 보수 정책공약집으로 극단적이란 비난을 받는 ‘프로젝트 2025′에 대해 “공화당원으로서 동의 못할 정책들”이라며 “지나치게 극단적”이라고 했다. 트로이는 트럼프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지낸 외교·안보 전문가다.

스카라무치는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 친분을 언급하면서 “푸틴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강하다고 생각했으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만큼 트럼프 1기 당시) 유럽 동맹이 망가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카멀라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유럽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공화당의 오랜 후원자인 스카라무치는 2016년 대선때 트럼프 캠프에 수십만 달러를 기부했었다. 트럼프의 측근 실세로 2017년 7월 백악관에 입성했으나, 내분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임명 11일 만에 경질됐다.

그래픽=김하경

트럼프 전직 참모들이 토론 전 등장한 건 해리스 캠프의 ‘전략’이다. 해리스 캠프의 마이클 타일러 공보국장은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 말을 듣지 말고 트럼프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며 “(이들은) 미 국민들에게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얼마나 부적합한 사람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반면 트럼프 캠프 측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직접 일하지도 않은 말단 전직 참모와 유통기한이 지난 햄 샌드위치보다 (백악관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 인사들에게 귀 기울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로이가 펜스 부통령 보좌를 했을 뿐 백악관 고위직엔 오르지 못했고, 스카라무치는 10여일만에 국장직에서 해고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10일 오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간 첫 미 대선 TV토론이 진행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ABC방송 프레스센터. 트럼프 측근인 바이런 도널즈 하원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이민석 특파원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군 중 한 명이었던 바이런 도널즈 하원의원(플로리다주)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경을 안전하게 하고 인플레이션 없이 경제를튼튼하게 하는 게 상식”이라며 “바이든과 해리스는 이와는 거리가 먼 정책들을 앞세웠던 인물이다. 이제는 정상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 이후 해리스·트럼프 양측 진영 고위 참모들은 일제히 프레스센터를 찾아 토론 결과 등에 대해 논평할 예정이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도 토론 뒤 스핀룸을 찾을 예정이라고 CNN은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