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했던 미국의 대(對)테러 엘리트 특수부대인 ‘실 팀 식스(SEAL Team Six)’가 중국의 타이완 침공 시 타이완을 지원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 보도했다.
‘실 팀 식스’는 미 육군의 ‘델타 포스’와 더불어, 미군에서도 최정예(tier one) 특수부대로 꼽힌다. 미 해군의 특수전을 수행하는 정예 부대인 네이비 실(Navy SEAL)의 한 팀이지만, ‘실 팀 식스’와 델타 포스 두 부대는 미 합동특수작전사령부(JSOC)의 직접 지휘를 받아 요인 암살ㆍ인질 구출ㆍ대테러작전 등과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공식 명칭은 해군특수전개발그룹(DEVGRU)이지만, 여전히 ‘실 팀 식스’로 불린다. 작전 병력은 200~300명으로만 알려졌다.
2011년 5월2일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에 은신 중이던 국제테러집단 알카에다의 두목 오사마의 주택을 급습해 그를 사살한 부대도 ‘실 팀 식스’였다. 또 2009년 4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뒤 소형 구명정에 억류된 화물선 매어스크 앨라배마호 선장 리처드 필립스를 구출해낸 것도 이 부대 요원들이었다.
당시 미 구축함 베인브리지함에 위치한 ‘실 팀 식스’ 요원들은 파도에 출렁이는 구명정 위의 해적 3명을 23m 거리에서 동시에 사살해 선장에 대한 위협 요소를 한 순간에 제거했다.
FT는 “이 부대가 타이완 분쟁 시에 대비한 계획 수립과 훈련을 하고 있으며, 워싱턴 DC에서 남동쪽으로 250㎞ 떨어진 댐 네그(Dam Neck)의 본부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부대가 구체적으로 중국의 타이완 침공에 대비해 어떤 훈련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FT는 이 비밀 훈련은 미국의 초점이 중국의 공격을 억지하는 동시에 유사시 준비를 강화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타이완 방어 관련 준비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2020년 10월 중앙군사위에서 “2027년까지 타이완을 무력으로 점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인민해방군의 급속한 현대화를 강조하면서 더욱 강화됐다.
미 국방부는 최근 수년간 특수부대를 타이완에 보내 현지에서 타이완 군을 훈련시켜 왔다. 여기엔 전세계적으로 테러그룹의 위협이 감소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의 특수전 부대들은 전반적인 미군, 정보기관들의 활동과 마찬가지로 초점을 중국 쪽으로 강화했다.
예를 들어,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장(CIA)도 지난 8일 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지난 3년간 CIA 예산에서 중국 파트의 비율은 최근 3년간 세배로 뛰어서 전체의 2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전체 정보기관 예산은 2025년에 1010억 달러(약 13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나, 개별 정보기관의 예산은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업무가 비밀인 ‘실 팀 식스’까지 중국의 타이완 침공에 대비해 훈련을 한다는 것은 주목을 끈다. 미 국방부와 특수전사령부는 FT의 문의에 “산하 부대가 다양한 형태의 긴급상황에 대비해 훈련한다”고만 밝혔다.
이와 관련, 미 합동특수전사령부(JSOC)에 관한 책인 ‘무자비한 타격(Relentless Strike)’을 쓴 저자 션 네일러는 FT에 “미 국방부가 지난 수년간 강대국간 경쟁으로 초점을 바꾸면서, 미국의 최정예 대테러 부대도 존재감과 임무, 예산을 위해서 그 분야에서 역할을 담당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타이완과의 ‘평화로운 재통일’을 천명하면서도,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진핑은 작년 4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하도록 미국이 유인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월에도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전 주미 중국대사인 추이텐카이는 “중국은 다른 사람이 우리를 위해 만든 덫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1979년 제정된 미국의 타이완관계법(TRA)은 중국의 타이완 공격 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명문화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비(非)평화적 통일 시도를 반대한다. 또 타이완이 충분한 자주국방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무기를 지원하도록 의무화해, 미국의 군사 개입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수차례 중국의 무력 도발시에 미군이 타이완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