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있을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마크 로빈슨(56) 부지사가 과거 포르노 웹사이트에서 노골적인 성적 발언을 하고 노예제 등을 옹호했다고 CNN이 19일 보도했다. 로빈슨은 “사퇴는 없다”며 선거 완주 의사를 밝혔지만, 소셜미디어에서 그의 과거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고 보수 진영에서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때 “스테로이드를 맞은 마틴 루터 킹 목사”라며 지지한 로빈슨은 이미 잇딴 막말과 기행으로 정치권에 파장이 적지 않았는데, 선거인단 16명이 걸려있는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대선과 같은날 주지사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트럼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로빈슨은 2008~2012년 포르노 웹사이트 ‘누드 아프리카’ 게시판 등에서 본인을 ‘흑인 나치’라 표현하는 한편 노예제 부활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여러 신상 정보와 이메일 주소를 대조해 사용자 아이디가 로빈슨인 것을 확인했다”며 “그가 단 댓글 중 상당수는 노골적으로 음란한 내용이었다”고 했다. 로빈슨은 2010년에 “노예제도는 나쁘지 않고 어떤 사람들은 노예가 되어야 한다”며 “나는 노예제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빨갱이(commie bastard)’라고도 했는데, 2013년엔 “지금 워싱턴에 있는 그 어떤 지도자보다 아돌프 히틀러를 택하겠다”고도 했다. CNN은 “로빈슨이 올린 글엔 흑인, 유대인, 무슬림에 대한 비하가 자주 포함돼 있었다”며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격한 용어로 깎아내려 KKK단(백인 우월주의 극우 단체) 소속이란 비난을 들었다”고 했다. 선거 캠페인을 하며 성소수자(LGBTQ)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 온 그가 “트랜스젠더 포르노를 즐겨 본다”고 말한 대목도 있다.
로빈슨은 그린스보로의 불우한 가정에서 아홉 번째로 태어나 어려서 가구 공장 등에서 일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태생부터 보수를 표방했던 건 아니지만 작고한 극우 평론가 러시 림보(1951~2021)의 책을 읽고 “내가 보수주의자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다. 2018년 4월 시의회에서 고등학교에서의 총기 전시회 허용, 개인의 총기 소유 권리를 옹호하는 연설을 했는데 이게 바이럴(viral) 영상으로 소셜미디어에 퍼지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듬해 부지사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흑인으로는 최초로 당선됐고, 이어 4년 만에 주지사 도전을 선언해 올해 3월 경선에서 승리했다. 로빈슨은 과거 미셸 오바마를 ‘남자(a man)’라 부르고, 동성애자를 향해 “오물(filth)’이란 단어를 써가며 비하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또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 대학살이 사실이 아니었단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해 “본선에서 승리하기에는 너무 극단적”(워싱턴포스트)이란 평가를 받았다.
로빈슨의 마이웨이가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 불리는 공화당 강성 지지자들을 열광시켰지만,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 승부에선 트럼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한때 공화당 우세 지역이었지만 지난 4년간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졸 학력자가 크게 늘었다. “가장 역동적인 인구 변화”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인데, 지난 대선에선 트럼프가 바이든에 약 1.3% 포인트 차로 신승을 거뒀다. 특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등장 이후 민주당의 상승세가 탄력을 받고 있는데 선거 예측기관인 ‘사바토의 크리스털 볼’은 지난달 이 지역을 공화당 우세주에서 경합주로 재분류하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의 지지율이 이미 경합주로 분류된 조지아보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더 좋게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해리스 캠프는 “마크 로빈슨에 문제가 있다”고 밝힌 반면, 트럼프 캠프는 언론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