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 /AP 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19일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61)씨가 북한에 구금된 지 4000일이 된 것을 맞아 “북한의 조직적인 인권 침해를 규탄하며 북한에 부당하게 구금된 모든 사람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촉구한다”고 했다. 국무부는 이날 매슈 밀러 대변인 명의로 된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미 정부 당국자들이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의 석방을 촉구하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대변인 명의로 된 공식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단둥에서 탈북민 쉼터와 국수 공장을 운영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에 힘써온 김 선교사는 2013년 10월 평양에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이듬해 5월 국가전복음모죄·간첩죄 누명을 쓰고 한국의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현재 북한에는 김씨와 선교사 2명(김국기·최춘길), 탈북민 3명(고현철·김원호·함진우) 등 우리 국민 6명이 억류돼 있다. 북한은 미국인과 캐나다인 등 다른 국적의 외국인 억류자는 모두 석방했지만 한국인 억류자에 대해선 수년째 생사 여부조차 함구하고 있다. 변호권, 영사 접견권, 통신·서신 교환의 권리 등 국제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구금돼 있는 상태다.

밀러 대변인은 “선교사, 정치적 반대자로 간주되는 사람을 부당하게 구금하는 북한의 관행은 종교나 신앙의 자유를 축소하고 개인을 침묵시키며 외부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며 “공정한 공개 재판을 거부당한 채 부당하거나 자의적인 구금을 당한 모든 사람을 즉시 석방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2022년 11월 캄보디아 정상회의 때 공동성명에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의 즉각 석방’을 최초로 명시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국민 6명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자유를 박탈당한 채 장기간 불법 억류·구금돼 있다”며 “무조건적으로 석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캐나다 외교부는 소셜미디어에 석방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게시했고,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등 대북인권단체들도 김씨의 석방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