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1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11월 미국 대선의 승패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는 경합주 조지아가 이번 대선에서 수작업으로 개표를 하기로 20일 결정했다. 공화당이 우위인 주 선거관리위원회가 주도한 것으로 개표의 정확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이지만, 박빙의 승부 속 집계와 승인이 지연될 경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공화당의 수적 우위를 앞세워 ‘게임의 규칙’을 바꾸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16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조지아는 대표적인 선벨트(sun belt·남부 지역) 경합주다. 지난 대선에선 트럼프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1만여 표 차이로 패배했는데, 이 때 주 국무장관 등에 전화를 걸어 “잃어버린 표를 찾아달라”고 말해 파생된 ‘사법 리스크’가 트럼프를 옭아매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까지도 이 과정에 협조하지 않은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를 크게 비난했는데, 이런 가운데 공화당이 장악한 주 선관위가 투표를 통해 수개표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대선에서 개표를 수작업으로 진행키로 한 곳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조지아가 유일하다.

수백만 표에 달하는 투표용지를 일일이 손으로 분류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박빙의 승부 속 개표가 지연되면 극단 분자들이 ‘선거 부정’을 주장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이 선거를 불과 46일 앞두고 있고, 투표 참관인 교육과 재외 유권자에 대한 투표용지 발송까지 완료된 시점에 이뤄졌다는 것도 논란거리다. 이 때문에 선관위 결정 당일 회의 장소에는 산하 지자체 선거 관리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규정을 바꾸면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 전국위원장은 “트럼프와 그의 ‘핏불’들이 개표 속도를 늦춰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를 공격하고 훼손하기 위한 11시간의 노력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지난달 17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주요 경합주 선관위가 이미 트럼프에게 유리하도록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는 비판자들의 압박을 받아왔다”고 했다. 트럼프의 측근들은 5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네브래스카주의 선거 방식을 바꾸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위 후보가 모든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승자 독식제’를 채택한 다른 주들과 달리 네브래스카·메인 2개주만이 일부 선거인단을 결과에 따라 할당하는 혼합 방식을 취하고 있다. 네브래스카는 공화당이 우세한 ‘레드 스테이트(red state)’이지만 워런 버핏의 고향으로 친숙한 최대 도시 오마하의 경우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이 1명의 선거인단을 가져갔는데, 승자 독식으로 규칙을 바꿔 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해리스 양측이 269명씩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매직 넘버’(대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에서 하나씩 모자라는 경우 네브래스카가 승패를 가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