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 /AP 연합뉴스

‘이민자가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음모론으로 인구 6만의 소도시인 오하이오주(州) 스프링필드가 테러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스프링필드가 고향인 마이크 드와인(77) 주지사가 “아이티 이민자들 덕분에 심각한 침체를 맞았던 동네가 부활할 수 있었다”고 했다. 트럼프와 러닝메이트인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을 “지지한다”면서도 이민자를 향한 거친 수사(修辭)에 대해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드와인은 검사 출신으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오하이오를 지역구로 하는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다. 2018년 주지사에 당선됐고, 4년 후 60%가 넘는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드와인은 20일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스프링필드에서 태어나 배우자 프랜과 이 도시에서 10마일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평생을 살았다”고 했다. 이어 “스프링필드는 억압받는 사람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기회의 장소가 됐던 역사를 갖고 있다”며 “자유를 찾아 탈출한 흑인 노예들의 안전한 피난처였고, 남북전쟁 이후 많은 정착민을 끌어모았다. 아일랜드, 그리스,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온 이민자들이 오늘의 도시를 건설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한 교회에 아이티 이민자들이 앉아 있다. /AP 연합뉴스

약 6만명의 인구 중 4분의 1이 아이티에서 온 이민자들로 구성돼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가난한 곳 중 하나인 모국을 떠나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왔고, 정착지로 오하이오를 택한 것이다. 드와인은 “이들은 합법적으로 이곳에 있고, 일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상업·제조업이 번성했던 우리 동네가 80~90년대 들어 일자리가 줄어들며 심각한 침체를 맞았다”며 “이제 제조업과 일자리 창출로 부활하고 있는데 그중 일부는 지난 3년 동안 이 도시에 정착한 아이티 이민자들의 극적인 유입 덕분”이라고 했다. 지역에서 제조업을 하는 이들은 드와인에게 “팬데믹 이후 일자리 공백을 채워준 아이티인들이 없었다면 사업이 계속 운영될 수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드와인은 바이든 정부의 ‘국경 통제 문제’를 거론하는 트럼프·밴스에 대해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미국 국민들이 당연히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합법적 이민자들을 폄하하고 증거가 부족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에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이러한 수사가 논점을 흐리는 것은 물론 동네에서 평생을 보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고 했다. 트럼프의 언사 이후 스프링필드에는 폭탄 테러 위협이 지속하고 있고, 2개의 지역 대학과 병원·시청 등이 임시 폐쇄된 상태라고 한다. 트럼프는 최근 뉴욕 롱아일랜드 유세를 하며 “2주 안에 스프링필드를 찾을 것”이라 했는데, 불법 이민 문제를 부각하는 캠페인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단기간에 아이티 이민자 인구가 급증하면서 주택 가격 상승, 무면허 운전, 의료 시스템 불안 같은 사회적 안전망 붕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드와인은 주 차원의 노력을 설명하며 “올가을 선거가 끝나고 스프링필드에 대한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져도 계속될 것”이라며 “스프링필드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했다. 이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200년 넘게 그래왔던 것처럼 가족을 사랑하고, 교육을 중시하며, 열심히 일하며, 서로를 아끼고, 직면한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며 “나는 이 공동체가 자랑스럽고 미국도 그래야 한다”고 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1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