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백악관 전경. /AFP 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까지 민주당과 공화당 어느 한쪽으로 표심이 크게 쏠리지 않는 박빙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벌써부터 ‘트럼프가 이번에 패배한다면 부정 투표 때문일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또다시 대선 불복 시도에 나설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런 주장이 계속되는 이유는 미국의 대통령 선출 절차 제도가 유독 복잡한 데서도 기인한다. 다른 나라의 선거 제도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 살펴봤다.

그래픽=양인성


◇ ①최다 득표자도 떨어질 수 있다

미국은 각 주(州)에서 직접 투표로 선거인단을 먼저 선출한 뒤 그 선거인단이 민의(民意)를 대변해 대통령을 뽑는 간선제를 채택해 240여 년간 유지하고 있다. 50주로 구성된 연방제 국가인 미국에선 각 주가 중앙 정부와 협력하면서도 독립적인 권한을 갖는다. 이런 특징이 선거 제도 곳곳에도 녹아 있는 것이다. 현지 언론에서도 “너무 복잡하고 혼란스럽다”(워싱턴포스트)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민들이 직접 후보에게 투표하는 직선제인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역대 미국 대선에선 전체 득표수가 적은 후보가 승리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2016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전체 득표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를 300만표 가까이 앞서고도 고배를 마신 것이 대표적이다. 최다 득표자가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전원을 가져가는 승자 독식 방식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미 대선은 전체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승리할 수 있는데, 각 주의 선거인단 수는 연방 상원 의원 2명과 인구 비례에 맞춰 할당된 하원 의원을 합해 정해진다. 인구가 약 3900만명인 캘리포니아가 54명으로 가장 많고, 알래스카 등 선거인단이 3명밖에 되지 않는 곳들도 있다. 다만 네브래스카·메인 두 주는 선거인단 일부는 승자 독식으로 하고 나머지는 득표에 비례해 배분하는 혼합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상위 10여 주에서만 승리하면 나머지는 상관없는 구조다. 전 세계 주요 민주주의 국가 중 이런 제도를 채택한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 ②주마다 천차만별인 대선 규칙

헌법이 각 주에 권한을 일임하고 있어 후보 선출과 등록, 투표 방법과 시점, 개표 방식 등 어느 하나 통일된 규칙을 찾기 어렵다. 많은 것을 주 의회가 정하기 나름이다. 경선만 해도 당원들이 모여 토론한 뒤 중지를 모으는 ‘코커스’와 일반 유권자도 자유롭게 참여해 투표할 수 있는 ‘프라이머리’가 혼재돼 있다.

투표 시점도 각 주가 정한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미 20일부터 미네소타 등 3주에선 사전 투표가 시작됐다. 대선 당일 투표 시간 역시 12~15시간으로 주별로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뉴햄프셔주의 산간 마을인 딕스빌노치에선 자정에 투표가 시작되는데, 이는 광산이 있던 시기에 투표를 마친 뒤 이른 새벽 일터로 가던 전통을 아직 반영하기 때문이다. 반면 뉴욕주의 일부 투표소에선 퇴근 시간 후인 오후 9시까지만 투표할 수 있다.

미국 본토에만 4개의 시간대가 있다 보니 시간이 제일 늦은 서부에선 투표가 한창인데 동부에선 출구 조사 결과가 나오는 해프닝도 벌어진다. 조지아는 최근 주 선관위가 50주 중 유일하게 수(手)작업으로 개표하기로 결정했다. 다수인 공화당 측 선관위원들이 ‘개표의 정확성’을 내세워 전자 개표 방식 변경을 요구해 관철했기 때문이다.


◇ ③무승부일 땐 하원이 대통령 선출

박빙의 승부 속 두 후보가 선거인단을 절반인 269명씩 확보한다면 무승부가 될 수도 있다. 유럽의 다수 나라가 과반 득표자가 안 나오면 결선투표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수정헌법 12조는 하원이 대통령, 상원이 부통령을 각각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원 한 명이 한 표씩 행사하는 상원과 달리 하원에선 연방제 특징을 살려 주별로 한 표씩 행사한다. 50주 가운데 과반인 26표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반복한다.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마지막 절차는 상원 의장인 부통령 주재로 이뤄지는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의 투표 결과 인증이다. 헌법에는 “부통령이 투표 인증서를 개봉하면 개표가 실시되고,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이 된다”고 돼 있다.

미 의회는 2년 전 선거개표법(ECA)을 개정해 인증 절차에서 부통령이 의례적인 역할에 머무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연방 의원들이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요건도 넣었다. 4년 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 인증을 저지하려 의사당에 난입한 1·6 사태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초당적 문제의식이 낳은 개정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