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차범위 내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해리스는 24일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47%의 지지율을 기록해 40%에 그친 트럼프를 7%포인트 차로 앞섰다. CNN·SSRS 조사에서도 해리스가 48%, 트럼프 47%였다. 하지만 이 숫자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해리스 우세’로 결론을 내버리면 곤란하다. 미국 대선은 누가 더 많은 표를 받는지를 따지는 ‘인기투표’가 아닌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면 끝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8년 전엔 300만 표 가까이 더 받아놓고도 대통령이 못 된 사례가 있었다.

그래서 주로 참고하는 게 승패를 좌우한다는 경합주 7곳의 여론조사다. 4년 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의 득표율 격차가 모두 3%포인트 미만이었던 곳들이다. 크게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이 포함된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와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네바다가 포함된 ‘선 벨트(sun belt·남부 지대)’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까지의 여론 조사를 종합해보면 러스트 벨트에선 해리스가, 선 벨트에선 트럼프가 다소 앞서고 있는 구도다. 다만 오차범위 안에서 우열을 가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투표율이나 선거 막판 돌발 변수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공화당의 아성(牙城)이라 여겨졌던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주지사 후보 마크 로빈슨의 기행으로 구도가 박빙으로 전환된 것이 대표적이다.

2008년과 2012년 대선을 예측해 유명해진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 /유튜브

선거가 임박할수록 여론조사만큼이나 많이 언급되는 게 이른바 ‘족집게’라 불리는 전문가들의 자체 예측 모델이다. 2008년과 2012년 대선 결과를 모두 맞춰 스타덤에 오른 시카고대 출신의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가 대표적이다. 그가 운영하는 ‘실버 불리튼’을 보면 해리스의 당선 확률을 53.2%로 예측해 트럼프(46.6%)보다 높았다. 1984년 이후 10차례 열린 미국 대선 중 9차례를 적중했다는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역사학과 석좌교수는 집권당의 입지, 대선 경선, 경제와 외교 분야 성과, 현직자·도전자의 카리스마 등 자체 선정한 13개 ‘열쇠’를 통해 결과를 예측한다. 13개 항목 중 집권당 후보가 8개 이상 유리하면 승리하고, 6개 이상 불리하면 패배한다. 릭트먼은 이달 5일 뉴욕타임스(NYT)에 “해리스가 13개 변수 중 8개에서 유리하다”며 민주당의 ‘정권 연장’에 힘을 실었다.

주요 언론사들도 선거 분석 기관과의 협업 등을 통해 자체 예측 모델을 운용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해리스의 당선 확률을 57%, 트럼프는 43%로 예측했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디시전 데스크HQ(해리스 55%, 트럼프 45%)와 파이브서티에잇(해리스 58%, 트럼프 42%)에서도 해리스의 우세가 두드러졌다. 다만 선거가 임박할수록 이런 예측 모델이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일 뿐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최근 “이런 종류의 예측이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과 예상 득표율을 혼동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각 모델이 특정 변수에 부여하는 가중치가 다를뿐더러 어디까지나 당선 확률이기 때문에 해리스가 10% 더 높다고 해서 ‘트럼프에 10% 앞서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1984년 이후 10차례 대선 중 9차례를 적중했다는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석좌교수는 13개 변수를 통해 대선을 예측한다. /아메리칸대

실버는 2008년과 2012년 대선 결과를 연달아 맞추며 명성을 얻었지만, 2016년 대선에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 확률을 71.4%로 예측했다. 당시 트럼프가 주류 언론의 예상을 뒤집고 승리하면서 실버도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최근 발간한 저서 ‘온 더 엣지’에서 “다른 예측 모델이나 도박 사이트에 비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더 낙관적으로 봤다”며 ‘예측 실패’ 주장에 대해 이같이 반박했다. 폴리티코는 “확률을 단지 확률일 뿐이고 정확하고 신속한 예측은 아니니 여론조사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선거 예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후보자들의 행보를 계속 강박적으로 확인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