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정·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J D 밴스 상원의원이 11일 뉴욕에서 열린 9·11 테러 23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나란히 서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선 후보 토론에서오하이오주(州) 스프링필드에 사는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의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사실과 어긋나는 주장을 펼친데 대해 아이티 이민자 단체들이 트럼프를 상대로 형사 고발했다. 이들은 트럼프의 발언 이후 미국 내 이민자, 특히 스프링필드에 거주하는 아이티 이민자들을 겨냥한 테러 위협이 확산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사실상 테러 위협을 부추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티 이민자 옹호 단체 ‘아이티 브리지 얼라이언스’(HBA)은 24일 트럼프와 그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을 상대로 형사 고발 소장을 제출했다. 트럼프의 TV토론 발언과 함께 밴스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허위 사실을 옮겼었다. 소장은 두 후보 오하이오 남서부 지역에 33건의 폭탄 테러가 트럼프의 발언 이후로 일어났다며 트럼프와 밴스가 이 같은 위협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두 후보가 허위 경보, 가중 협박, 공모 등 7가지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거짓 소문의 시작은 페이스북의 한 게시물이었다. 스프링필드는 인구가 약 6만명인 중소 도시지만 약 3년 전부터 이 지역에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온 이민자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현지 아이티인 지원 센터에 따르면 이민자 약 1만5000명이 미 정부에서 ‘임시 보호’ 지위를 받고 스프링필드에 살고 있다.

소문을 처음 퍼뜨린 에리카 리씨는 온라인 가짜 뉴스를 검증하는 비영리단체 뉴스가드에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를) ‘친구의 지인’이 한 소식통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내가 들은 것”이라고 했다. 여러 단계를 건너 이 같은 풍문을 듣고 게시했다는 것이다. 리씨는 이후 논란이 되자 게시물을 삭제하고 전국 단위 방송인 NBC방송에 출연해 “내가 아이티인의 입장이었다면 나도 겁에 질렸을 것이다. 이민자들을 악마화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며 사과했다.

밴스와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상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풍문을 확인하기 위해 시 당국에 확인해 ‘거짓’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소셜미디어에 이 같은 의혹을 담은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공화당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트럼프 캠페인이 이민자에 대한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난 이후에도 그 소문을 퍼뜨린 방법’이라는 기사에서 “(트럼프 TV토론 발언 전날인) 9일 밴스가 스프링필드시에 연락해 ‘이민자들이 애완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사실인가’라고 물었고 시 당국은 그런 보고나 증거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라며 “그럼에도 밴스는 이 같은 의혹을 담은 소셜미디어 글을 게시해 수백만명이 읽었다”고 했다.

트럼프 캠프 측은 스프링필드에 거주하는 애나 킬고어라는 시민이 ‘자신의 고양이를 아이티 이웃이 데려간 것 같다’고 주장한 지난 8월 경찰 보고서를 의혹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WSJ는 “킬고어의 집을 직접 방문해 본 결과 고양이는 지하실에서 며칠 뒤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킬고어는) 아이티 이웃에게 사과했다고 우리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논란이 커지가 밴스는 “이 모든 소문이 거짓으로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발을 뺐지만, 이미 관련 내용은 급속도로 퍼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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