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의 모친 베벌리 에이킨스(오른쪽)가 지난 7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아들의 후보 수락 연설을 듣고 있다. 왼쪽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UPI 연합뉴스

오하이오주(州) ‘흙수저’ 출신인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 메이트로 백악관 입성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모친인 베벌리 에이킨스 역시 밴스의 고향이자 베스트 셀러 ‘힐빌리의 노래’ 배경인 미들타운의 유명 인사로 거듭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다만 자녀 없는 여성에 대한 비하, ‘아이티 출신 이민자가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괴담 등 아들을 둘러싼 연이은 논란에는 “정신 건강을 위해 의도적으로 무감각하려 한다”고 했다.

오하이오주의 저소득 백인 가정에서 태어난 밴스가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명문대에 진학해 변호사, 정치인으로 우뚝설 수 있던 건 팔할이 강직한 할머니 덕분이었다. 유년 시절 부모가 이혼해 부친이 새 가정을 꾸렸다. ‘싱글맘’이 된 간호사 모친은 자살 기도, 약물·알코올 중독, 가정 폭력 같은 문제를 끊임없이 일으켰다. 각고의 노력 끝에 10년 전 이를 극복하는데 성공했는데 밴스는 지난 7월 전당대회 때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며 “우리 엄마가 10년 동안 술에 취하지 않은 채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사랑해요 엄마”란 말에 눈물을 흘리는 에이킨스의 모습이 그날 밤 주요 언론을 도배했다.

지난 7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J D 밴스 상원의원 모친인 베벌리 에이킨스가 악수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밴스가 전국구 인물로 부상하면서 에이킨스의 일상도 생전 처음해보는 경험의 연속이 됐다고 한다.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는 물론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같은 보수 진영 거물들과 귀빈석에 나란히 앉은 에이킨스는 “트럼프가 매우 겸손하고 친절한 태도로 나를 대해줬고, 훌륭한 아들을 낳았다고도 말했다”고 했다. 에이킨스는 지금도 지역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 참석하는데 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그를 알아본 주민들이 “정말 만나고 싶었다” “아들만큼 유명하시지 않냐”며 먼저 인사를 걸어오고, 책 ‘힐빌리의 노래’에 사인을 요청한다고 한다. 다만 아들은 부통령 지명 후 자녀 없는 여성을 비하한 과거 발언,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이웃의 개·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시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에이킨스는 이에 대해 “아들이 화목하고 긍정적인 가족 밑에서 자란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전통적인 가족 단위를 동경했을 것”이라고 했다. 밴스의 발언을 놓고 ‘팝의 여제(女帝)’라 불리는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 등 유명 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졌는데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에이킨스는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선거가 끝날 때까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내가 사랑해 살기로 선택한 마을이 아들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있는 것을 보는 게 그토록 열심히 싸워온 마음의 평화를 파괴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밴스는 미들타운에서 불과 50마일(약 80km) 떨어진 스프링필드에 관한 ‘이민자 괴담’도 단초를 제공했는데, 모친은 “(실효됐던)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고 다시 치료 시설에서 일하고 있다” “일이 너무 바뻐 뉴스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1기 때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는 2021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 의장 자격으로 트럼프가 패배한 선거 결과를 인증했다 미운털을 샀다. 당시 의회를 습격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이 “마이크 펜스를 교수형에 처하라” “펜스는 악마의 지배를 받는 사람”이라 비난했고, 그 후폭풍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정권 2인자인 부통령까지 지낸 펜스가 트럼프와 완전히 틀어져 지난 7월 전당대회 때도 초대받지 못했는데 NYT는 이를 빗대어 “밴스는 위험한 직업을 선택했고, 이 직업을 가졌던 사람의 결말이 그리 좋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에이킨스는 “J D는 똑똑하고 놀라운 청년이라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이 25일 미시간주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