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AFP 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9일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대화를 나서야 한다는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해 “안보리 결의의 유효성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대화의 필요성에 관해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그로시 총장은 최근 AP 인터뷰에서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 “국제사회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는데, 북한 핵시설 사찰·검증을 담당하는 기관 수장의 발언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IAEA 측 프레드릭 달 대변인은 이날 ‘사무총장의 발언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냐’는 본지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사무총장이 발표한 ‘북한에 대한 세이프가드 적용’ 보고서에서 △북한의 안보리 결의 의무 준수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효과적 이행 등이 언급됐음을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불법으로 보고 대북 제재를 부과해 왔는데, 이게 유효하다는 IAEA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de facto nuclear weapon possessor state)’”이란 그로시 발언은 현지 사찰을 위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던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의 핵 폭주가 장기화면서 국제사회에선 비핵화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제어할 유엔 안보리는 중국·러시아의 잇따른 거부권 행사로 기능 부전 상태다. 11월 5일 있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 조야(朝野)에서 금기시됐던 ‘핵 군축 협상’ 주장이 수면 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최근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어떤 측면에서 우리보다 앞서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