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갤러거 전 연방 하원의원은 30일 한·미·일 3국의 경제·안보 전문가 네트워크인 트라이포럼(대표 박대성)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현대화하는 데 있어 아시아 동맹국인 한국·일본의 능력을 최대한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며 “거기에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했다. 갤러거는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 출신으로 올해 초까지 의회의 반중(反中) 드라이브를 주도한 대중 강경파 인사다. 그는 양안(兩岸) 문제 관련 중국과 대만의 충돌이 미국 뿐만 아니라 한일 양국에도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며 “우방의 전투 의지와 능력에 모호성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갤러거는 1984년생에 해병대 출신으로 2017년 하원에 입성해 워싱턴의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았지만, 공화당 실력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틀어진 뒤 가족에 대한 정치 테러 등에 환멸을 느껴 한창인 나이에 정계를 떠났다. 최근 방산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에 합류했다. 갤러거는 “기후 변화 문제에서 봤듯이 시진핑(習近平)은 양자 컴퓨터, 인공지능(AI), 첨단 기술 등에 있어 미국과 협업할 생각이 없고 오로지 어떻게 지배할지 궁리만 하고 있다”며 “서방 자본이 더 이상 중국으로 흘러가게 해서는 안 된다. 나중에 한·미·일 군인을 죽일 수도 있고, 제노사이드(genocide·학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갤러거는 이날 “미국이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군사력이 크게 쇠퇴했다”며 “한일의 혁신적인 회사들과 협업해 이를 복원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한·일이 세계적으로 앞선다고 평가받는 선박 건조 능력을 예로 들며 “대부분이 바다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 해군은 더 강한 존재감이 필요하고, 함선(艦船)을 현대화하는 과정에 있어 한일의 능력을 충분히 레버리지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지난 21일 “미 해군이 중국의 해양 확장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 조선소와 협력하고 있다”며 지난 6월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에 인수한 한화오션 사례를 소개했다.
갤러거는 대만 문제에 대해 “라스베이거스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베가스에서 일어난 일은 베가스에 남는다’는 말을 재치 있게 인용한 것인데, 양안 충돌이 미국뿐 아니라 한국·일본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해 원하든 원치 않든 관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만 방어에 있어 조약으로 얽혀있는 건 아니지만 (우방이) 싸울 의지에 모호성이 있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갤러거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해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싸워야 할 경우 우리는 많은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본·호주 등 지역의 동맹국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상황이 급박해지기 전에 역내 동맹국들과 협력해 공동 작전, 전투 구조 설정에 있어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갤러거는 민주당 의원들이 동참한 초당적 법안만 150개에 가까웠을 정도로 정적(政敵)과의 협업에도 능했는데 “정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 멸종위기종”(워싱턴포스트)이란 얘기를 들었다. 그는 이날 초당적 합의가 필요한 분야로 이민과 에너지 문제를 꼽았다. 특히 민주·공화 양당이 최근 일본제철의 US 스틸 인수를 반대하는 것에 대해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며 “정치가 얼마나 빨리 나쁜 정책을 채택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갤러거는 이민 정책을 고쳐 “한국과 일본의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인재들이 미국에 쉽게 올 수 있도록 만들면 공동 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