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딸 캐롤라인(35)이 지난달 30일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줄리아니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한때 ‘9·11 테러 영웅’이라 불리며 대선에도 도전했지만, 말년엔 온갖 추문에 휩싸였고 경제적으로도 궁핍한 상태라고 알려져있다. 캐롤라인은 “트럼프는 자신이 만지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나는 우리 가족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봤다”며 “미국이란 나라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리스에 투표해달라”고 했다.
캐롤라인은 2008·2012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지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을 각각 지지했다. 그는 이날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베니티페어에 기고한 글에서 “아버지와 나는 만화처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제 아버지고, 결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했다. “아버지가 (뉴욕시장으로) 초현실적인 최고점을 경험하는 것을 봤고, 지금은 헤아릴 수 없는 최저점을 경험하고 있다”며 “부모님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나 더 남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글이 제가 쓴 글 중 가장 어려운 글”이라고 했다.
캐롤라인은 “줄리아니의 딸로서 나는 미국인들에게 트럼프가 얼마나 재앙이 될 수 있는지 상기시켜 줄 수 있는 적임자”라며 “트럼프와 손을 잡은 후 아버지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매우 고통스러웠다. 이번 가을에 트럼프를 다시 운전석에 앉힌다면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캐롤라인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줄리아니가 트럼프를 돕겠다고 통보했던 날의 기억도 소환했다. 그는 “3시간 동안 아버지에게 도덕적으로 위험한 길을 가지 말라고 격렬하게 주장했다”며 “트럼프의 노골적인 인종 차별, 만연한 여성 혐오, 공감 능력 부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했다. “딸의 간청이 아버지를 움직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고 했지만, 다음날 줄리아니는 이 뜻을 거스르고 트럼프 캠프 합류를 선언했다고 한다.
줄리아니는 맨해튼 연방지검장 출신으로 1993년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2001년 뉴욕을 덮친 9·11 테러 당시 전립선암 투병에도 피해 수습을 진두지휘해 ‘영웅’이라는 칭송을 들었다. 하지만 트럼프와의 인연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그는 2020년 대선 결과 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형사 기소됐고, ‘선거 개표 조작설’을 퍼트렸다 1억 4800만 달러 배상 판결을 받고 지난해 12월 개인 파산을 신청했다. 지난 7월에는 고향인 뉴욕주(州)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때 법과 질서의 전사로 자신을 내세웠던 변호사의 불명예스러운 몰락”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