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두고 허리케인과 노조 파업이라는 두 가지 악재에 직면했다.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헬린으로 최소 144명이 사망했고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1000억달러(약 131조원)가 넘을 것이란 추산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에 피해가 집중됐다. 1일 시작된 47년 만의 동부 항만노조 전면 파업도 심상치 않다. 이로 인해 물류 대혼란이 빚어진다면 최근 안정되나 싶었던 물가가 또다시 가파르게 솟구칠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일 노스캐롤라니아의 허리케인 피해 현장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은 남부 일대를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고, 3000명이 넘는 연방 요원을 배치해 복구에 총력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율 차이가 1.34%포인트밖에 되지 않았던 경합주다. 이런 상황에서 투표소가 빗물에 침수되고 도로 통행이 불가능해지면 투표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피해가 가장 컸던 애슈빌시와 벙컴 카운티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 이곳 투표율이 하락할 경우엔 박빙 구도에서 해리스가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트럼프가 “허리케인 피해자들을 돕겠다”며 크라우드 펀딩에 나서고, 정부의 실정(失政)을 부각하며 이번 참사를 쟁점화하는 것도 해리스엔 골칫거리다.
1일 시작된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 파업도 대형 악재로 비화할 수 있다. ILA는 미 동부와 멕시코만 일대 36개 항만을 관할하고 있고, 약 4만5000명이 가입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 전체에 냉기를 불어 넣어 대선을 불과 몇 주 앞두고 공급 부족, 해고, 소비자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바이든·해리스가 아주 복잡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고 했다. 공화당은 1947년 제정된 ‘태프트-하틀리법’에 따라 바이든에게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이 경우 노조 입김이 강한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에서 지지세가 약해질 수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분석을 보면 파업으로 인해 매주 미국 국내총생산이 약 0.1%포인트씩 감소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문에 백악관 비서실장, 교통장관 등 바이든 정부 고위 인사들이 노사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 악재를 해리스가 효과적으로 극복한다면 거꾸로 호재가 될 수도 있다. 데이비드 악셀로드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선거 캠페인은 테스트에 불과하고 각본 없는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며 “하기에 따라 해리스가 총사령관이 될 준비가 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지지율은 계속 박빙이다. 1일 공개된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선 조지아에서 트럼프가 50%의 지지율로 해리스(45%)를 5%포인트 차로 앞섰다. 지난달에 비해 격차가 1%포인트 더 벌어진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선 트럼프가 49%, 해리스가 47%였다. 워싱턴포스트(WP) 조사에서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트럼프가 50%로 해리스(48%)를 2%포인트 차로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