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3일 경합주인 위스콘신주(州) 리폰(Ripon)을 찾아 선거 운동을 한다. 리폰은 대평원에 어른 키 두 배 정도 되는 옥수수밭이 펼쳐져 있고, 인구가 약 7000명밖에 안 되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1854년 이곳에서 있었던 정치인 모임이 공화당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는데, CNN은 “해리스가 리폰의 역사적 중요성을 언급하고 정책 문제에 자신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헌법·법치 준수를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리폰은 미 공화당의 발상지다. 1854년 노예제도를 남부 지역뿐 아니라 북부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한 ‘캔자스 네브레스카법’이 통과된 것에 반발하는 30여 명이 모여 새로운 정당 결성을 촉구했고, 이게 1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창당의 시발점이 됐다. 리폰 한 가운데에 이를 기념하는 하얀색 단층 건물과 공화당 발상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하나 서 있다. 이날 해리스의 리폰 컬리지 유세에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도 동행할 예정이다. 체니 부녀는 지난달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체니는 지난주 “트럼프가 집무실 근처에 있기에 너무 위험하다고 믿는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해리스에 투표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리스의 이런 행보는 박빙 구도 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거부감이 큰 중도·우파 성향의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위스콘신은 밀워키·매디슨 등 대도시권에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지만, 시골 지역 카운티에선 트럼프가 많게는 70%가 넘는 표를 가져가는 구조다. 보수 진영 내 반(反)트럼프 세력을 최대한 많이 결집해 표를 잠식해야 해리스가 승산이 있다.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애리조나 등 다른 경합주에서도 반트럼프 유권자를 대상으로 헌법 수호 의지를 부각하기 위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1·6 의회 습격 사태에 대한 의회 청문회 때 트럼프에 대한 결정적 증언을 한 캐시디 허친슨 전 백악관 보좌관도 2일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이미 체니 부녀를 비롯해 제프 플레이크 전 상원의원, 애덤 킨징어 전 하원의원, 제프 던컨 전 조지아 부주지사,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트럼프 백악관 공보담당 국장, 스테파니 그리샴 전 백악관 등이 줄줄이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아들 역시 트럼프의 알링턴 국립묘지 방문에 관한 논란 이후 해리스의 손을 들어줬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해리스가 팽팽한 접전 속 보수 성향 또는 무소속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일반 당원부터 당의 가장 유명한 인사까지 공화당원들에 더 많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반트럼프 인사인 밋 롬니 상원의원에도 러브콜을 했지만, 극단 분자에 의한 ‘정치 테러’ 우려와 트럼프 이후 공화당의 방향에 대한 우려 때문에 확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해리스·트럼프는 여전히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공개된 이코노미스트·유거브 조사에선 해리스가 48%, 트럼프가 45%의 지지율로 오차범위(±3.2%포인트) 내 경합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트래펄가 그룹’의 미시간주 조사에선 트럼프가 46.9%로 해리스(44.7%)를 2.2%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같은 기간 진행된 위스콘신 조사에선 트럼프가 47.1%로 해리스(46%)를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