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여 앞두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특정 사안을 두고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유연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경우 낙태, 대마초 등에서 민주당 성향에 가까운 공약을 내고 있고 해리스는 공화당 성향 지지자들을 의식해 과거 셰일가스를 캐는 프래킹(Fracking·수압 파쇄법) 금지 및 전기차 의무화 정책에 대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이는 결국 선거 결과를 좌우할 젊은층·중도층 표심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다.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과거 강경 반(反)낙태,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개혁법) 폐지, 틱톡 금지 입장을 밝혀왔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2016년 첫 대선 출마 전에는 자신을 낙태권 지지자인 ‘프로 초이스’라고 했지만 대선 후보가 되고 나서는 강경론으로 돌아섰다. 1기 재임 당시 트럼프는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명해 연방 대법원을 절대 보수 우위로 재편했었고 2022년 대법원은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보장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트럼프는 2020년 재선에 도전할 때는 ‘낙태를 받는 여성도 처벌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2022년 중간 선거에서 낙태권 폐지에 반발한 여성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공화당의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가 좌절됐다. 이후 트럼프는 낙태권과 관련해 “각 주(州)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여성표를 의식한 트럼프가 낙태 문제에 있어서 공화당 강성 지지층과 달리 유연한 입장을 선택한 것이란 평가다. 그는 전날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최근 21세 이상 성인이 기호용으로 대마초를 피우는 것을 합법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간 마약 밀거래 형량을 사형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온 마약 강경론자다. 조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대마를 연방 차원에서 ‘비범죄화’하려는 가운데 트럼프까지 대마 합법화를 거론한 건 젊은층 표심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다.

또 트럼프는 그간 오바마케어 폐지를 공약했으나 올해 전당대회 정강·정책에는 오바마케어 관련 내용이 없다고 WSJ는 보도했다. 트럼프는 미국 젊은 유권자 상당수가 사용하고 있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이에 대한 입장도 바꿨다. 틱톡은 2030 사이에서 특히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결국 대선을 앞두고 그의 대중 강경 정책도 누그러졌다는 분석이다.

그는 연방 및 지방 세금(SALT) 공제 한도에 대한 입장도 번복했다. 재임 당시인 2017년 트럼프 감세안을 통과시키면서 SALT 공제 한도를 1만 달러로 제안했으나 지난달에는 이런 제한을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SALT 공제 한도는 뉴욕,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특히 비판받는 제도다.

트럼프의 ‘좌클릭’ 발언을 두고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정책 우클릭’ 행보와 비교하는 분석도 나온다. 해리스는 최근 전기차 생산 의무화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과거 해리스는 수차례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차량 생산 의무화 법안을 발의하거나 비슷한 취지의 대선 공약을 내세웠지만,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러스트 벨트(제조업 쇠퇴 지역)에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이 밀집한 점을 의식해 기존 입장에서 후퇴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해리스는 셰일가스나 셰일오일 추출에 쓰이는 공법인 ‘프래킹’을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말을 바꿨다. 이를 두고 셰일가스 생산이 주된 수입원인 펜실베이니아주 등에서 여론이 악화하자, 그는 최근 CNN 인터뷰에서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고도 청정에너지 목표를 달성할 방법이 있다”고 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를 믿을 수 없다”며 공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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