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3일 공화당의 발상지로 불리는 경합주 위스콘신의 리폰에서 유세를 열었다(왼쪽 사진). 같은 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다른 경합주 미시간의 새기노를 찾아 러스트 벨트(제조업 쇠락 지역) 표심을 공략했다. /AFP 연합뉴스·로이터 뉴스1

미국 동남부에 자리한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인 조지아주(州)에서 한국계 미국인이 ‘캐스팅 보트’로 부상하고 있다. 선거인단 16명이 걸려 있는 조지아주는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조지아주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승리에 큰 공을 세우는 등 친(親)민주당 성향을 보여왔지만, 이번 선거에선 상당 수가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 민주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7일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인플레이션, 높은 생활비 등으로 민주당 지지가 흔들리고 있다”며 “(한국계 미국인들의 민심 이반으로) 해리스가 조지아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초접전 조지아, 한인 표심이 당락 좌우할 수도

2020년 미 인구조사에 따르면 조지아주 한인은 약 12만5000명으로, 지난 10년간 32% 증가했다. 폴리티코는 “지난 대선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불과 1만2000표 차이로 트럼프를 꺾었던 조지아주에서 해리스가 승리하기 위해선 모든 표를 긁어모아야 한다”며 “그러나 한국계 표심이 흔들리는 상황은 큰 적신호”라고 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올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 전역 한인들의 민주당 지지율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년 동안 51%에서 38%로 떨어졌다.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4~5월과 9월에 각각 실시한 조사를 비교해 볼 때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인들 비율은 5개월만에 8%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선의 주요 경합지역인 조지아주의 한인 밀집지역 둘루스. /인터넷 캡쳐

“식재료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일부 품목은 거의 80%가 올랐어요.”

조지아주 애틀랜타 근교 한인 밀집지인 둘루스에서 고기집을 운영하는 이성용씨는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며 “(바이든 행정부 들어오면서) 식당 운영 비용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둘루스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신경옥씨는 “손님이 50% 줄었다”고 했다. 손님이 없는 이유가 바이든 행정부 탓이냐는 질문에 신씨는 “조금”이라고 대답했다. 옆집 화장품 가게 직원인 메이 킴씨는 “내 주변에 부유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은 살기가 힘들어졌다. 그 이유는 바이든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라고 했다.

이 지역에서 급속도로 증가하는 한인들이 경제난을 호소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제대로 된 해결책을 못 찾고 있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해리스 캠프는 주로 이 지역에 트럼프의 ‘인종 차별’ 언사를 부각하는 광고를 방영하고 있을 뿐 이들이 정작 필요로 하는 ‘맞춤 경제’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는 취지다.

폴리티코는 “조지아주에서 만난 한인들 중 해리스의 경제 정책에 대해 아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며 “이는 한인 커뮤니티의 심각한 정보 단절을 반영한다”고 했다. NORC 조사에서 전국 아시아계 미국인의 27%는 어느 정당도 자신들에게 연락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조지아주는 매 선거에서 미국 정치의 향방을 좌우해왔다. 2020년 치른 대선·상원 선거 때 조지아주는 행정부와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민주당에 안겨주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었다. 지난 2022년 중간 선거때도 결선 투표를 거친 끝에 허셜 워커 상원 공화당 후보 대신 래피얼 워녹 현 상원의원(민주당)을 선택해 민주당이 상원 과반을 굳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대선 격전지에서 소수계인 한국계의 역할이 커지는 건 두 후보간 지지율은 초박빙인 가운데 이들의 투표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투표율은 59%로 4년 전보다 10%포인트 증가했다. 인종별로는 라틴계를 넘어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NBC 방송은 한국계를 포함한 아시아계 조지아뿐만 아니라 애리조나, 네바다주와 같은 경합 주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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