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 콜로라도주(州) 덴버 외곽의 소도시인 오로라를 찾아 유세했다. 콜로라도는 2008년 이후 민주당 후보가 계속 승리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안정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른바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가 패배가 뻔한 이곳에 온 건 ‘베네수엘라 갱단의 주민 갈취와 주거용 건물 점거’가 논란이 된 이곳이 반(反)이민 네러티브를 극대화될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게 경합주의 백인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소구하는 측면도 크다.
악시오스는 “트럼프가 콜로라도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이유는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불법 이민자들로 가득 찬 미국’이라는 묵시록적인 이야기의 또 다른 배경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콜로라도에서 2020년 대선 때 4.9%포인트, 2016년 13.5%포인트 차로 민주당 후보에 패배했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간 오로라를 포함한 덴버 일대에 이민자들이 급증했고, 이 과정에서 베네수엘라 갱단 ‘트렌 데 아라구라(TdA)’ 활동이 전국적인 논란이 된 점이 트럼프의 관심을 끌었다. 그가 오로라를 ‘전쟁 지역(war zone)’이라 불러온 이유다. 트럼프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은 “TdA를 둘러싼 논란이 과장됐다”는 공화당 소속 마이크 코프만 시장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에서 이를 증폭시키고 이민자들에 대한 공포를 부추겼다.
이날 트럼프의 연설은 1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90분 넘게 진행됐다. 트럼프는 당국이 범죄 혐의로 고발한 불법 이민자들의 머그샷, 이민자 범죄에 관한 폭스뉴스 영상 등을 동원해가며 불법 이민자를 ‘악마화’하는 데 메시지를 집중했다. 트럼프는 “이 범죄자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사람들이고 우리(미국의) 범죄자들은 이들에 비하면 어린아이 같다”고 했다. 이어 “해리스는 무고한 미국 시민들을 잡아먹도록 하기 위해 제3세계 지하 감옥에서 불법 외국인 갱단을 데려왔다”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일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3%가 “불법 입국한 이민자가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응답해 불법 이민과 범죄 문제를 핵심 선거 이슈로 내세운 트럼프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의 강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 경찰의 ‘오로라 작전’을 거론하며 “이민자의 손에 죽거나 치명적으로 다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취임과 동시에 야만적 갱단을 신속하게 제거하기 위한 연방 차원의 작전을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 나라에 불법 외국인 갱단, 이민자 범죄 네트워크를 해체하기 위해 1798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을 발동할 것”이라며 “만약 그들이 미국에 되돌아오면 가석방 가능성이 없는 10년의 징역형을 자동으로 받게 될 것이고, 미국 국민이나 법 집행관을 살해한 이민자에 대해서는 사형 선고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 법은 ‘외국인 규제 및 선동 금지법’의 일부로 미국과 전쟁 중인 국가 출신의 이민자를 추방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탈리아·일본계를 상대로 마지막으로 발동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