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2일 캘리포니아주 코첼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블루 스테이트(민주당이 강세인 주)’ 콜로라도·캘리포니아를 이틀 연속으로 찾아 유세했다. 두 곳 모두 오랜 기간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고 이번 대선도 트럼프에게 승산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잇따라 민주당 텃밭을 찾은 것은 지지세를 결집해 상·하원 선거까지 석권하고, 불법 이민 문제를 쟁점화해 경합주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12일 캘리포니아 코첼라 유세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민주당 때문에 캘리포니아가 잃어버린 낙원이 됐다”며 “여러분이 더는 참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할 기회”라고 했다. 50주 가운데 가장 많은 54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 캘리포니아는 1992년 대선 이후 계속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지난 대선 때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63.5%를 득표해 트럼프(34.3%)를 압도했다. 이번에도 해리스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미국 언론들은 하지만 “트럼프가 해리스의 홈그라운드인 캘리포니아 방문을 통해 얻을 것이 많다”고 평가했다. AP는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에선 2020년 대선 때 약 600만명이 트럼프에게 투표했고, 보수 지지세가 강한 시골에선 득표율이 70%를 넘었다”며 “이는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당선을 위해 뛰고, 경합주 유권자에 전화를 돌려 트럼프 지지를 독려할 수 있는 잠재적 자원봉사자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의미”라고 했다.

다음 달 5일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고, 같은 날 치르는 상·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확보한다면 차기 보수 정부에 상당한 힘이 실리게 된다. 캘리포니아에선 하원 선거구 다섯 곳에서 오차범위 내 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인구가 많은 만큼 선거 자금을 댈 수 있는 지지자도 많다. 이날 유세의 VIP 입장권 가격은 5000달러(약 680만원)였고 트럼프와 사진을 찍으려면 2만5000달러를 내야 했다.

트럼프는 전날에도 콜로라도의 소도시 오로라를 찾았다. 콜로라도 역시 2008년 이후 민주당 후보가 계속 승리했다. 최근 이민자가 급증한 가운데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갱단의 횡포가 논란이 됐던 오로라를 자신의 반(反)이민 구호를 극대화할 장소로 선택한 것이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가 콜로라도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이유는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불법 이민자로 가득찬 미국’이란 묵시록적 이야기의 배경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범죄 혐의로 고발된 불법 이민자들의 머그샷(범죄인 식별 사진)을 무대에 세워 놓고 90분 동안 연설했다. 그는 “당선되면 야만적 갱단을 신속히 제거할 연방 차원의 작전을 실시하고 (미국과 전쟁 중인 국가 출신 이민자를 추방할 수 있는) 적성국 국민법을 발동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