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20여 일 앞두고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의 전통적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흑인·히스패닉 사이에서 공화당 지지세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인종 정체성은 그동안 민주·공화당을 가르는 첫 번째 기준이었지만, 최근 들어 인종보다 성별에 따른 정당 지지 성향이 확연히 갈리면서 젠더 대결 구도 또한 두드러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가 흑인 유권자 589명과 히스패닉 유권자 9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흑인은 78%, 히스패닉은 56%로 나타났다. 흑인의 88%, 히스패닉의 65%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2020년 대선보다 줄어든 것이다. 반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흑인 유권자는 15%, 히스패닉은 37%로 증가했다. NYT는 “두 후보가 1~2%포인트 차이로 주요 경합주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가장 큰 우군인 흑인·히스패닉의 민심 이반은 해리스에게 매우 뼈아픈 상황”이라고 했다.
이들이 민주당에서 등을 돌리는 건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최근 몇 년간 생활이 팍팍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히스패닉의 20%와 흑인의 26%만이 현재 경제 상황이 좋거나 훌륭하다고 답했다. 반면 두 그룹의 각각 절반 이상이 고물가로 지난 1년 동안 식료품 구매량을 ‘자주’ 줄였다고 답했다. 젊은 층이 특히 트럼프에게 호감을 보였다.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의 2020년 대선 패배 부정과 1·6 의회 습격 사태 등을 흑인·히스패닉 중장년층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젊은 층은 고금리·고물가 등 경제 상황이나 범죄 급증 등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인종별 차이가 옅어지는 반면 성별에 따라 지지 후보가 갈리는 추세는 확연해지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와 지난 8월 진행한 조사 결과 남성의 50%가 트럼프를 지지해 해리스(42%)보다 8%포인트 높았던 반면, 여성의 해리스 지지율은 48%로 트럼프(42%)보다 6%포인트 높았다. 특히 ‘나는 완벽하게 남성적’이라는 응답자의 57%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흑인은 민주당, 백인은 공화당을 찍는 종전의 구도에서 벗어나 흑인 남성이 백인인 트럼프를, 백인 여성이 흑인인 해리스를 지지하는 등 지지 성향이 복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30대 미만 ‘Z세대’에서 성별 격차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NYT·시에나대의 지난 8월 조사에 따르면,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네바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주요 경합주 6곳 유권자 중 18~29세 남성은 트럼프를 13%포인트 더 선호한 반면 같은 연령대 여성은 해리스를 38%포인트 더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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