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4일 펜실베이니아주 이리 카운티 유세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4일 흑인 남성을 겨냥한 맞춤형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의 표밭이자 전체 유권자의 약 14%에 달하는 흑인이 역대 대선 때만큼 결집하지 않는다는 캠프 안팎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조치다.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가 지난 1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흑인 유권자의 78%만이 해리스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 대선에서 88%가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데 비해 떨어진 수치다.

해리스 캠프는 이날 ‘흑인 남성을 위한 기회 어젠다’란 제목의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흑인 기업인들에게 2만달러(약 2700만원까지)까지 탕감받을 수 있는 대출을 100만건 제공하고,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가상화폐 등 신(新)산업에 대한 흑인의 접근권 강화, ‘겸상 적혈구 빈혈’ 등 흑인 남성들의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질병에 대응하는 보건 정책 등이 포함됐다.

이런 가운데 해리스가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다는 조사가 공개됐다. 14일 공개된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해리스폴 조사에서 해리스는 조기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 51.4%의 지지를 얻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42.6%)을 8.8%포인트 차로 앞섰다. 하지만 경합주 7곳으로 한정한 조사에선 해리스(47%)가 트럼프(48%)에게 1%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책임자 마크 펜은 “트럼프의 경합주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도박 사이트 폴리마켓의 대선 승자 예측에서도 트럼프 55%, 해리스 45%로 두 후보 간 격차가 처음으로 1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해리스 측 전략담당 수석 고문 데이비드 플루프는 전날 “해리스든 트럼프든 경합주에서 4~5%포인트 앞선다는 여론조사는 무시하라”며 “이번 대선은 정말 박빙이고 오차 범위 내 접전”이라고 했다.

해리스는 이날 선거인단 19명이 배정된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의 이리 카운티를 찾아 유세했다. 해리스는 ‘대선 당일 급진 좌파의 소요가 있을 경우 군대를 동원해야 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전날 발언을 문제 삼으며 “트럼프가 점점 불안정해지고 통제 불능이 되어간다. 트럼프 재집권은 미국에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는 대표적 보수 성향 매체 폭스뉴스와도 16일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해리스는 그동안 진보 성향 방송사에만 출연하며 언론을 편식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펜실베이니아 최대 도시인 필라델피아 교외에서 타운홀 미팅을 연 트럼프는 “폭스뉴스가 민주당에 나약해지고 부드러워졌다”며 “방향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