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 플로리다주 도랄에서 열린 타운홀 행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7일 팀 쿡(Tim Cook)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전화를 걸어 유럽연합(EU)이 최근 부과한 수십억 달러 벌금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쿡은 과거 트럼프가 현직에 있을 때도 경쟁사인 한국의 삼성전자를 콕 집어 “이대로는 경쟁할 수 없다”며 ‘정책 민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우리 기업들을 이용하게 가만 놔둘 수 없다”면서도 “우선은 당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트럼프는 이날 유튜브 구독자만 200만명이 넘는 ‘PBD 팟캐스트’에 출연해 1시간 넘게 경제·외교 현안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그는 “(방송에 출연하기) 두세 시간 전에 쿡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했다. 쿡은 통화에서 최근 EU 경쟁 당국이 부과한 천문학적인 과징금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3월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서비스 관련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200억 달러(약 27조4500억원)를 부과했다. 지난달엔 8년에 걸친 EU와의 20조원 짜리 세금 체납 소송에서도 최종 패배했다. IT매체 ‘더 버지’는 “쿡이 트럼프와 가장 최근에 통화한 빅테크 인사가 됐다”고 했다.

트럼프는 쿡에게 “그건 너무 많은 돈”이라면서도 “11월 대선에서 내가 먼저 당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쿡이 ‘유럽이 (애플이 낸 벌금을) 그들의 기업을 운영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매우 흥미로운 말을 했다”며 “그들이 우리 기업을 이용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겨냥한 유럽 당국의 규제 일변도 기조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중 쿡이 전화를 걸어 경쟁 기업인 삼성전자를 콕 집어 “관세를 안 낸다”고 말했던 비화도 언급했다. 당시 애플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폭스콘은 중국에 생산시설 상당수를 두고 있어 미국 수출 시 ‘추가 관세’를 맞았고, 한국·베트남에서 주요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은 이를 피해 갈 수 있었다.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과 맞물려 빅테크 업계 거물들의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최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통화한 사실을 공개했는데, 이 통화에서 검색 엔진이 얼마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메타(구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역시 지난 여름 트럼프와 여러 차례 통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이달 펜실베이니아주(州) 버틀러 카운티 집회에서 무대에 올라 연설했고, 자신이 소유한 플랫폼 X(옛 트위터)를 통해 왕성한 트럼프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2016·2020년 대선과 비교해 실리콘밸리 ‘큰 손’들의 트럼프 후원도 눈에 띄게 늘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