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저녁 미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는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 왼쪽은 사회자 브렛 바이어. /폭스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얼마나 많은 불법 이민자를 미국에 들였는지 아시나요?”

“이민 시스템 개혁을 위한 법안을 좌초시킨 건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내달 5일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6일 친(親)공화당 성향 방송사 폭스뉴스와 가진 첫 인터뷰에서 진행자와 설전을 벌였다. 20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 판세가 여전히 1~2%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 초접전이 계속되자 중도층·무당파 표심을 얻기 위해 ‘적진’에 직접 뛰어든 것이다. 해리스는 이날 “내 임기는 바이든 임기의 연장이 아니다”라며 현 정권과 명확히 선을 그었고, 트럼프를 겨냥해선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불안정한 후보”라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이날 25분간 진행된 인터뷰는 민주당 행정부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불법 이민’ 문제로 시작됐다. 진행자 브렛 바이어가 “정확히 미 본토로 들어온 (불법 이민자) 수가 몇 명인지 말해달라”고 수차례 말하자, 해리스는 “이민 시스템 개혁을 위한 포괄적 국경 안보 법안이 나왔는데 이를 좌초시킨 건 트럼프”라고 맞받았다. 바이어가 해리스 말을 끊고 질문을 계속하자 해리스는 목소리를 높여 “지금 답변 중이다. 마무리하게 해달라”고도 했다. CNN과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 등은 “해리스가 진행자에게 계속 공격을 받자 어느 순간부터 눈에 띄게 화난 것처럼 보였다”며 “해리스가 한 인터뷰 중 가장 격렬했다”고 평가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최근 “대선 당일 급진 좌파가 그런 일(소요)을 일으키면 군(軍)이 (동원돼) 진압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선 “(트럼프 1기 당시) 전직 합참의장 등이 트럼프를 두고 ‘미국의 위협’이라고 말한 이유”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는 불안정하고 위험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 앞서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서 연 유세에서도 “이번 선거엔 미국의 헌법 그 자체가 걸렸다”면서 “트럼프처럼 미국 헌법의 종식을 요구하는 사람은 다시는 미국 대통령 인장(seal) 뒤에 서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공화당원과 남성 유권자, 부동층을 공략하기 위해 트럼프의 재집권이 불러올 ‘위협’을 부각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리스는 이날 “(내가 당선되면) 내 임기는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의 연장이 아니다”라며 “새로 취임하는 모든 대통령처럼 나는 내 삶의 경험과 내 전문적 경험, 신선하고 새로운 구상을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 부통령인 자신이 집권할 경우 경제·이민 위기를 불러온 민주당 행정부와 다를 게 없을 것이란 공화당 공격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는 미국의 최대 적국이 어디냐는 질문에는 “이란”이라고 답했고,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을 이란과 테러리스트 대리 세력의 공격에서 방어할 수 있도록 군 수뇌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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