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9일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 경합주인 미시간주를 나란히 찾아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 미시간에는 선거인단이 총 15명 걸려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요람으로 제조업 노동자 표심이 중요하고, 무슬림 유권자도 약 40만명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해리스는 18일 그랜드래피즈에서 야외 유세를 한 데 이어 랜싱의 전미자동차노조(UAW) 노조회관을 찾아 연설했다. 해리스는 “트럼프 재임 중 미시간에서만 노동자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자동차 공장 6곳이 폐쇄됐다”며 “자동차에 관한 트럼프의 실적은 재앙이었다”고 했다. 또 “트럼프가 억만장자 친구들에게 파업 노동자를 대량 해고하고 노동 기준을 낮추게 했다 자랑하고 농담했다”며 “그는 노동자의 친구가 아니고, 여러분의 노동 가치를 본질적으로 무의미하다 생각한다”고 했다. 중동 상황과 관련해서는 “하마스 수장(야히아 신와르)이 사살된 기회를 놓치지 말고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고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와 고통을 완전히 끝내야 한다”고 했다. 전쟁 장기화로 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일변도 정책에 대한 아랍계·무슬림 미국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같은 날 미시간 최대 도시이자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에서 유세했다. 자신의 관세 부과 공약 때문에 일부 회사가 멕시코에 자동차 공장을 짓는 것을 포기했다고 주장하며 “나는 노동자, 일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올 한 해에만 제조업 일자리가 5만개 사라졌고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내가 퇴임하고 38%나 감소했다”며 “(바이든·해리스 행정부 아래에서) 디트로이트는 외국 군대에 의한 것처럼 초토화됐고 공장은 폐허가 됐다. (부자 증세 공약 등으로 인해) 디트로이트는 경제적 아마겟돈(인류 최후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유세에 앞서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소도시 햄트램크도 찾았다.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자신을 지지한 예멘 이민자 출신 아메르 갈리브 시장을 만나 “아랍계 미국인들은 자신이 뭘 하는지 모르는 해리스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18일 애리조나를 시작으로 해리스 지원 유세에 나섰다. 네바다·미시간·위스콘신 등 경합주를 훑고, 24일 조지아에선 해리스와 첫 공동 유세를 펼칠 예정이다.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도 29일 조지아에서 처음 투표권을 얻은 젊은 유권자를 상대로 투표 독려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는 트럼프가 국가를 이끌 만한 정신적 능력이 부족한 사기꾼이라 몰아붙이며 해리스 측의 냉소적 조롱 전략에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일각에서 ‘정신적 쇠퇴’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2024년의 트럼프는 2015년 인터뷰 때에 비해 더 자신감이 넘치고 정책에 대해 확실히 더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