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될 경우 그를 최측근에서 보좌할 백악관 비서실장직을 두고 측근들이 벌써부터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22일 보도했다. 선거 막바지에 트럼프 지지율이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워싱턴 정가에선 집권 2기 트럼프의 ‘오른팔’이 누가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순위 ‘막후 실력자’ 수지 와일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0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애크리슈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제츠와 피츠버그 스틸러스와의 미식축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그의 옆은 재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수지 와일즈. /AP 연합뉴스

폴리티코는 트럼프 캠프 내부 소식통들의 전언을 종합한 결과 비서실장 1순위에 수지 와일즈(Susie Wiles·67) 트럼프 재선 캠페인 공동 선대위원장이 꼽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는 와일즈와 크리스 라시비타(57)와 함께 대선 캠페인을 이끌고 있다. 폴리티코는 “거의 모든 내부 관계자들이 와일즈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 자리를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며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승리 때도 공화당에서 선거를 이끌었던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을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했었다”고 했다.

와일즈는 트럼프 2기 정책, 캠페인 메시지, 예산, 조직, 유세 계획 등을 총괄하는 트럼프 캠프의 최고 ‘막후 실력자’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선 캠프때 처음 선거를 치른 뒤로 2016년 트럼프 당선까지 경험했다. 레이건 대선 캠프의 일정 담당자로 시작한 와일즈는 공화당 의원 보좌관, 지역 시장 자문역 등을 거치면서 ‘선거 베테랑’으로서의 명성을 떨쳤다. 2018년 디샌티스가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등 최근엔 플로리다 지역에서 활동해왔다. 디샌티스는 주지사 선거 이후 와일즈를 “업계 최고(best in the business)”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디샌티스 주지사와 결별했고 2020년 대선부터 현재까지 트럼프 캠프의 최고 고문으로 있다.

수지 와일즈 트럼프 재선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 /AP 연합뉴스

와일즈는 공식 석상에서 좀처럼 나타나지 않기로 유명하다. 트럼프의 핵심 ‘충성파 측근’인 라시비타가 트럼프를 대신해 외부 행사에 적극적인 반면 와일즈는 외부 행사에서 발언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대신 그는 캠프 내부의 기강을 잡는데 집중해왔다.

폴리티코는 “이번 선거에서 혼란스러운 성격의 트럼프가 보다 전문적이고 조직적인 선거 운동을 펼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와일즈 때문이라고 캠프 인사들은 말한다”며 “혼란스러운 캠프판에 질서를 확립하고, (후보에 대한) 험담 등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펼친 그의 공로를 모두가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가 와일즈의 말을 매우 신뢰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폴리티코는 “와일즈는 트럼프에게 솔직하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했다”며 “와일즈는 트럼프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들은 하지 못하는 말을 전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다만 그가 다른 참모들과 달리 실제 행정부·의회 고위직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정책 전문가’ 브룩 롤린스

지난 2022년 7월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AFPI 대표 브룩 롤린스가 연단에 서 있는 모습. /로이터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자문기구인 국내정책위원회 국장이었던 브룩 롤린스(Brooke L. Rollins·52)도 최근 비서실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트럼프가 롤린스에 대한 의견을 구하면서 “그녀는 훌륭한 비서실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NYT는 “트럼프의 입법 의제를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세련된 정책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그는 2021년 4월 워싱턴DC에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America First Policy Institute)를 발족했다. 그는 2020년 트럼프의 임기가 끝날 무렵 두 번째 임기에 대비해 정책 의제 정리를 담당하다 재선에 실패하자 차기 집권을 돕겠다며 이 연구소를 만들었다.

텍사스 출신의 롤린스는 이 곳에서 로스쿨까지 졸업한 뒤 로펌과 미 연방 판사 서기 등으로 일하다 공화당 릭 페리 주지사의 법률 자문 등을 거치면서 정계에 진출했다. 텍사스 공공정책 재단 대표도 역임하는 등 정책 전문가로 평가된다.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도 가까운 사이인데다가 AFPI 설립 이후엔 트럼프 1기 측근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이들의 생계를 책임져 준 공로를 트럼프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폴리티코는 “최근 AFPI가 중국으로부터 해킹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뉴스에 흘러나오는 등 트럼프 내부자들 사이에서 반대도 많이 있다”며 “일각에선 브룩스가 공화당 정통 자유 시장 주의자들과 가까워 관세 부과를 핵심으로 하는 트럼프의 ‘매가노믹스’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롤린스가 정책엔 강한 반면 정치판에선 경험이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폴리티코는 “롤린스와 함께 일했던 인사들은 그가 비서실장직을 맡을 경우 ‘산 채로 잡아먹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하원의장 지낸 매카시

지난 5월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김지호 기자

“와일즈가 정치적 감각이 있고 롤린스가 정책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면, 전직 하원의장인 케빈 매카시(Kevin McCarthy·59)의 지지자들은 그가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측근인 매카시 전 의장이 트럼프 2기의 정치 의제를 실제 의회에서 관철시키는 데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사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매카시는 내부 (정치) 게임을 좋아하는 열렬한 ‘정치 동물’”이라며 “(비서실장직 외에) 그가 워싱턴에서 평생 동안 쌓아온 관계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캘리포니아 태생 매카시는 2002년 캘리포니아 주하원 의원을 거쳐 2006년 연방 하원 의원에 당선되면서 내리 5선을 했다. 원내부총무, 원내총무, 원내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과거 워싱턴포스트는 “매카시 의원은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숙식한다”며 “‘워싱턴에서 편히 지낼 수 없다’는 신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원 관리가 임무인 하원 원내총무 때 246명이나 되는 동료 의원의 경조사나 선거자금을 꼼꼼히 챙겨 인기를 얻었다. 의원들과 새벽 운동을 즐기면서 친화력도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미국의 인기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모델로 유명하다.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 역을 소화하기 위해 배우 케빈 스페이시는 당시 공화당 원내총무였던 그를 따라다니면서 정치인의 생활을 관찰했다. 스페이시는 원내총무가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해 의제와 토론 방식, 말투 등을 배웠는데 한 방송에 출연해서는 “매카시의 직업이 부럽지 않다. 너무 힘들다”고 말한 바 있다.

매카시는 작년 10월 당내 강경파 주도로 의장 직에서 축출된 뒤에도 트럼프와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매카시 카드는 주변에서 나오는 이야기 일 뿐 실제 트럼프가 그를 기용할 생각이 있는 지는 의문이라는 평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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