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 로이터

약 10일 후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워싱턴 정가는 또 다른 대형 이벤트에도 주목하고 있다. 같은 날 치러지는 연방 상·하원 선거다. 결과에 따라 미 의회의 권력 구도가 재편되면서 미국의 정책 방향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아울러 여론조사가 민심을 잘 반영했을지, 4년 전 대선 직후 미 사회를 뒤흔들었던 결과 불복 폭동 같은 혼란이 다시 벌어질지도 관심사다. 11월 5일 미국의 선거를 앞두고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 다섯 개를 정리했다.

◇①상·하원 모두 공화당으로 넘어가나

미국은 대선 날 연방 상·하원 선거를 동시에 치른다. ­현재 각 주(州)를 대표하는 상원은 100석 중 민주당 51석, 공화당 49석으로 민주당이 우세(각 당 성향 무소속 포함)다. 인구에 따라 주별로 선거구를 나눠 총 435명으로 구성되는 하원은 반대로 민주당이 212석, 공화당이 220석(3석 공석)으로 공화당이 더 많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이번 선거에선 상원의 경우 공화당이 과반을 탈환하리라는 전망이 많다. 상원은 2년마다 약 3분의 1씩 선거를 하는데(올해는 34명), 민주당이었다가 탈당해 현재 무소속인 조 맨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웨스트버지니아에서 공화당 후보 짐 저스티스의 당선이 유력하다. 나머지 지역구 중 몬태나도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후보가 현역인 민주당 의원을 밀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진다.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하원도 공화당이 앞서고 있다는 관측이 현재로선 더 우세하다. 상·하원을 공화당이 모두 장악할 경우 해리스가 이기더라도 정책 추진 동력을 받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트럼프가 상·하원 다수 구도를 확보하는 동시에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민주당의 견제 없는 ‘독주’가 시작될 전망이다. 상·하원을 민주·공화가 나눠서 과반을 차지하게 될 경우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지금과 비슷한 의회 차원의 견제 기능은 유지된다.

◇②선거 불복 사태 재현 불씨도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의 42%는 “개표가 끝나고도 어느 후보가 승리했는지 불분명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해리스 지지자의 85%는 개표가 끝나면 승자가 가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응답했는데, 이렇게 응답한 트럼프 지지층 비율은 58%에 불과했다. 트럼프 지지자 열 명 중 네 명은 트럼프가 패배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2021년 초 트럼프 지지자들의 패배 불복 시위(1·6 의사당 난입) 같은 혼란이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대선 때 의사당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 - 대선 패배에 불복해 2021년 1월 6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 의사당을 점거한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 /게티이미지코리아

가장 위험한 상황 중 하나는 선거 결과가 박빙이고, 어느 한 진영에서 이에 불복한 긴 소송전을 벌이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진영은 지난달 초까지 대선 절차와 관련한 소송을 미 전역에서 100건 넘게 이미 제기했다. ‘자격 없는 불법 이민자가 유권자로 등록했다’는 데 초점을 맞춘 소송이 많다. 아직 선거 전이지만, 혹시 패배할 경우 즉각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장치를 마련해두려는 조치로 알려졌다.

◇③낙태권 논란이 미칠 영향은

2022년 보수 성향 대법관 수가 우위인 미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고 나서 여성의 생식권은 미국의 가장 첨예한 이슈로 부상했다. 이번 선거에 낙태권 논란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큰 관심사다. 해리스는 주요 경합지에서 “트럼프는 낙태를 전국적으로 금지하려 한다”고 주장하면서 여성 표심에 연일 구애하고 있다.

연방 대법원이 ‘주별로 낙태권을 선택하라’고 한 후폭풍으로 이번 대선일에 많은 주가 낙태권 찬반 주민투표를 함께 실시하는 점도 중요한 변수로 평가되고 있다. 경합주 애리조나·네바다를 포함한 10주에서 대선일에 낙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한다. 낙태권을 옹호하는 해리스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 투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다.

◇④‘샤이 트럼프’는 여전히 많을까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예상을 깨고 충격패한 원인으론 ‘샤이(shy·수줍은) 트럼프’라 불린 트럼프 지지자들이 지목된다.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답한 트럼프 지지층을 뜻한다. 이들이 여전히 많은지는 알기 어렵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트럼프 지지율이 해리스보다 낮게 집계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워싱턴 정가의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특히 백인층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해리스를 지지하는 이른바 ‘바리스타(커피 전문가 같은 대도시 서비스 종사자)’ 층은 여론조사에 열렬히 답하는 반면 트럼프 지지율이 높은 ‘트러커(트럭 운전자 같은 외곽의 육체노동 종사자)’들은 여론조사 자체에 관심이 없어 지지율이 실제보다 낮게 표집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초접전인 지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트럼프 쪽이 실제로는 다소 우세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편 역대급으로 높은 사전투표율이 결과에 끼칠 영향도 관심사다.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800만명 이상이 사전 투표에 참여했다. 올해 대선에서는 공화당원들이 민주당원보다 더 사전 투표에 적극적인 지역도 많다고 CNN은 전했다. 그간 2020년 대선 결과에 대한 불만의 일환으로 “우편 투표는 사기”라며 사전 투표에 비판적이었던 트럼프가 이번엔 적극적으로 사전 투표를 독려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⑤선거인단을 딱 269명씩 확보할 경우

두 후보가 선거인단 538명을 정확하게 269명씩 확보하는 ‘동률’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번 선거의 경우 양측이 이미 확보했다고 보는 선거인단이 그대로 유지되면서(해리스 226명, 트럼프 219명) 해리스가 일곱 경합주 중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선거인단 총 43명)를 이기고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네바다(50명)에서 이기는 등 세 개 정도의 경우에 동률이 발생하게 된다.

미 수정헌법 12조는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할 경우 부통령은 상원이, 대통령은 하원이 뽑도록 규정한다. 하원 대통령 선거의 경우 주별로 한 표씩만 행사하게 된다. 50주와 워싱턴 DC 등 51개 지역 중 26표 이상을 얻으면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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