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등 한·미·일 안보 수장은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장(戰場)에 투입될 수 있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러시아의 잔인하고 불법적인 전쟁이 갖는 안보적 함의를 유럽을 넘어 인도·태평양까지 확장시킨 행동을 중단할 것을 러·북에 촉구한다”고 했다. 신 실장은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와 대응 방안을 포함해 밀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한·미·일은 이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무기 및 탄도미사일 이전을 포함한 러·북 간 군사협력 심화라는 우려스러운 추세를 보여주는 가장 최근 사례”라고 했다. 이어 “한·미·일 안보실장이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지키는 것을 돕겠다는 3국의 굳건한 공약을 재확인했고,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 복구·재건을 지원하고, 러시아에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을 조율하기로 공약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관영 언론을 통해 “북한군의 러시아 지원이 국제법상 적법하다”며 파병을 사실상 시인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신 실장은 이날 오후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중요한 의제로 논의됐다”며 “한·미·일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현 상황을 평가하는 데 있어 이견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특히 북한의 파병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 안보를 저해하는 행위라는 데 의견이 일치됐다”며 “3국이 북·러 밀착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고,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긴밀한 공조 아래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설리번과 별도로 만난 신 실장은 이날 오후 아키바와도 한·일 안보실장 회의를 했다. 대통령실은 “양측이 북한의 대러 불법 무기 이전과 파병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하고 러·북 협력이 유럽은 물론 한반도, 인도·태평양 지역,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이 회동한 이래 2번째로 개최된 것이다. 한·미·일은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체계 가동, 퀀텀 교육훈련 프로그램, 3국 간 다영역 훈련인 ‘프리덤 엣지’ 출범 등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따른 주목할 만한 성취를 환영했다. 또 핵심 광물 공급망, 인·태 지역에서 신뢰할 수 있는 통신 네트워크 확산, 해양 안보 관련 조율 개선, 사이버 안보 협력 확대 등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에 관해 논의했다. 북한의 불법적 대량살상무기·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 지원을 하기 위한 불법 무기 이전, 악성 사이버 활동, 해외 노동자 파견을 규탄하는 한편 이를 저기하기 위한 3자 간 노력도 계속하기로 했다.
한·미·일은 “인·태 수역에서의 힘이나 강요에 의한 어떠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며 “항행(航行) 및 상공 비행의 자유를 포함하여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반영된 국제법 기반 글로벌 해양 질서에 대한 공약을 강조했다. 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한편 양안(兩岸)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모두 중국을 견제 성격이 짙은 문구들이다. 한·미·일은 연내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 중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미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12월 하와이 또는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서부 해안 쪽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