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애인은 버킨 백이 갖고 싶대/휘발유, 먹거리, 필요한 게 뭔지 밤새 얘기하지/대체 뭘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건지 모르겠어/술집에 있는 사람들 모두 다 알딸딸해지네.”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5주 1위(14주 연속)를 세운 샤부지(29)의 컨트리곡 ‘어 바 송’(A Bar Song) 가사다.

샤부지가 지난 9일 뉴욕 첼시 피어스 커런트에서 열린 타임100 넥스트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올해 발표된 노래 중 최장 기간 핫100 1위를 예약했고, 역대 최장 기간 1위 기록(19주)과는 4주 차다. 어쿠스틱 악기 위주 편곡에, 술이 등장하고, 뮤직비디오에 청바지 입고 카우보이 모자 쓴 사람들이 나오는 컨트리 음악의 전형적 문법을 따랐다. 하지만 샤부지는 나이지리아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나 힙합 음악도 해온 흑인 뮤지션이다.

미국에선 이 노래의 인기가 컨트리 음악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흑인 래퍼 릴 나스 엑스가 컨트리 가수 빌리 레이 사이러스와 2019년 함께 부른 ‘올드 타운 로드’가 빌보드 19주 연속 1위 기록을 세우며 컨트리 열풍의 포문을 열었다. 엄밀히 말해 이 곡은 랩이 중심이고 컨트리는 ‘양념’으로 곁들여진 노래였지만 지난해엔 컨트리 가수인 모건 월런, 제이슨 올딘, 루크 콤스 등의 노래가 빌보드 최정상권에 오르고 이들끼리 1~3위를 다투는 일까지 벌어졌다.

샤부지가 지난 9월 20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페스티벌 첫날 공연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컨트리 음악의 주요 소비층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층, 백인 남성, 저학력 노동자다. 따라서 컨트리 열풍은 이들이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C)을 강요해온 진보 진영에 반격하며 목소리를 내는 현상으로도 인식됐다. 이어 샤부지를 비롯해 흑인 컨트리 가수라는 새로운 유형의 뮤지션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컨트리의 성지 테네시주 내슈빌 지역 일간지 테네시안은 샤부지 열풍을 보도하면서 “컨트리 음악은 백인의 문화 규범에 동화되도록 흑인 음악인들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평했다. 반면 흑인들이 새로운 정체성을 찾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샤부지는 컨트리 음악 최대 행사인 다음 달 CMA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싱글·올해의 신인 부문 후보에 올라 수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 음악상에서 흑인은 후보에 오르는 경우조차 드물다. 샤부지는 최근 코스모폴리탄 인터뷰에서 “컨트리 음악을 고등학교에 비유한다면 학생 식당에서 누구 옆에 앉고 싶느냐”는 질문에 “나 혼자. 내 길을 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