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30일 백악관에서 열린 사이프러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해있다. /로이터·뉴스1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를 “쓰레기(garbage)”에 비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백악관이 “(트럼프 지지자의) 증오 발언이 쓰레기라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초박빙 구도 속 바이든의 막말이 트럼프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중도 유권자 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의견이 다른 사람을 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바이든은 전날 히스패닉 유권자 단체 행사에 앞서 트럼프의 지난 27일 뉴욕 유세 때 찬조 연설을 한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푸에르토는 쓰레기 섬”이라 말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바이든은 이에 대해 “내가 보기에 밖에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이라고 했다. 이런 발언은 트럼프 지지자를 ‘쓰레기’에 비유한 것으로 해석돼 보수 진영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은 X(옛 트위터)에서 “혐오스럽다”고 했고,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우리는 애국자지 쓰레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측은 지지자들에 보낸 메일에서 “당신은 쓰레기가 아니다”라며 이번 논란을 선거 자금 모금에 활용하고 있다.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지지자에 대해 “개탄스러운 한심한 사람들(basket of deplorables)”이라 말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표현이 잘못됐다며 유감을 표한 적이 있다. 해리스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나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내가 하는 일은 모든 국민을 대변하는 일이라고 믿는다”며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고, 그게 나의 책임이고 평생 해온 일”이라고 했다. “바이든이 발언을 해명했다고 생각한다”며 책임 소재를 따지지는 않았지만 실언 논란에 대한 진화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됐다. 해리스는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유세에서도 “나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통합 행보를 강조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은 트럼프 지지자나 트럼프를 지지하는 어떤 사람도 쓰레기로 보지 않는다”며 “특정 코미디언의 수사에 찬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바이든은 모든 국민의 대통령임을 믿는다”고 했다. 지난 7월 바이든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해리스가 후보 자리를 계승한 뒤 바이든과 해리스 측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있었다. 고(高)물가, 중동 사태 등 바이든 정부의 실정과 어떻게든 차별화하려는 해리스는 바이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림을 꺼려왔다. 두 사람이 현재까지 공동 유세를 진행한 적도 없고, 앞으로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