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1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에서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방침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전날 미 국방부에서 열렸던 한미 국방장관의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선 ‘비핵화’ 표현이 빠져 미 정부가 비핵화가 아닌 핵 억제 등으로 정책을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SCM 공동성명에 비핵화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이를 의식한 듯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변화가 없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이 고도화되면서 미 정부가 비핵화 정책에서 억제를 중점으로 한반도 정책을 선회하려는 관측이 나온다’는 질문에 “미국의 정책은 유지된다. 그것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했다. 그는 더 이상의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올해 들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고위 관료들은 수차례 “미국은 중간 단계(interim steps)를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해왔다. 이는 ‘북한 핵 역량이 대폭 상향된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비핵화 논의보다는 핵 증강 억제 등 현실적인 위험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미 조야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었다. 지난 8월엔 미국 민주당까지 대선 정강 발표에서 북한 비핵화를 삭제해 이 같은 우려가 더 커졌다. 일각에선 미 정부가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입장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비핵화’ 원칙만을 내세우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졌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이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반면 이날 2+2에 함께 참석한 한국 외교·국방장관은 ‘북한 비핵화’라고 언급했다. 조태열 외교장관은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했다. 김용현 국방장관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을 거론했지만 ‘비핵화’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을 비핵화 대상으로 콕 집어 명시하지 않아 낮은 수준의 비핵화 기준으로 고려된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이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및 향후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는 근거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를 혼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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