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31일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843년 창간된 영국의 국제 정치·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가 31일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결점이 있고 세금·규제 정책은 상대 후보보다도 나쁘지만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결격 사유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미국과 전세계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1기 때에 비해 트럼프의 정책은 더 나빠지고 세계는 더 위험해졌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자체 선거 예측 모델에서 해리스·트럼프의 당선 확률을 50% 동률로 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자유세계의 지도자가 되면 미국인들은 경제, 법치, 세계 평화 등을 걸고 도박을 하는 셈이 된다”며 “트럼프에 대한 비난이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건 무모할 정도로 안일한 주장”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1기 때 세금 인하,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어느 선진국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은 “트럼프의 공로로 인정받을만하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에 대한 정책 기조를 강경 모드로 전환하고 동맹국들의 국방비 지출 상승을 견인한 것, 중동에서 중개한 아브라함 협정 등도 트럼프의 레거시(legacy·유산)로 언급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보편 관세, 이민자 추방 공약 등에 대해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미국 경제 번영의 토대인 창조적 파괴, 혁신, 경쟁, 개방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다. 또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면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며 “이런 분쟁은 첫 임기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트럼프를 시험할 것”이라고 했다. “동맹이 미국의 가장 큰 지정학적 강점이지만, 트럼프는 이를 약소국이 미국의 군사력을 약탈하는 사기극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허풍·위협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파괴할 수 있고, 아시아 동맹국들은 미국의 핵 보장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1기 때는 경륜이 있는 보수 진영 인사들이 트럼프의 극단적 정책 추진을 제어했지만, 공화당이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조직을 정비하며 트럼프에 대한 견제가 약화한 것도 리스크로 꼽았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정치적 천재성은 사람들이 서로 적대시하게 만든다는 데에 있다”고 했다. 해리스에 대해서는 ‘우유부단한 기계적 정치인’으로 명명하면서도 “안정을 상징한다” “자신이 권력을 통해 무얼 하고 싶은지 말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고 했다. 이어 “해리스가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미국 대통령이 성인(聖人)이 될 필요는 없다”며 “이코노미스트가 투표권이 있다면 해리스에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