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내 공화당 일인자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1일 반도체 지원법(일명 ‘칩스법’)에 대해 “폐지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질문을 잘못 알아들었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속내’가 노출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인사들은 이 법안에 대한 문제의식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이 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이에 따라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약정한 가운데, 공화당이 대선과 상·하원 선거를 석권할 경우 보조금 지급 등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존슨은 이날 뉴욕주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공화당 브랜던 윌리엄스 하원 의원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는 ‘5일 선거에서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차지하면 반도체법을 폐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가 아마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공화당은 2022년 제정된 이 법을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업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527억달러 가운데 280억달러를 첨단 반도체 생산 시설에 보조금으로 지급하는데, 규제 완화나 세금 감면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 ‘시장 개입’이라며 부정적인 의원도 많다. 존슨 역시 2년 전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반도체 지원법은 지난 8월 기준 15주에서 23개 프로젝트에 300억달러를 지원했다. 이에 따라 11만5000개의 제조·건설업 일자리가 추가됐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측은 “공화당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법을 폐지하지 못하도록 해리스를 선택해야 한다”며 존슨의 발언을 쟁점화하고 나섰다. 그러자 윌리엄스는 성명을 내고 “존슨 의장이 질문을 잘못 들었다고 해명하며 엄청나게 사과했다”며 “재선하면 존슨에게 반도체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밤낮으로 상기시킬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트럼프 역시 이 법에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그는 지난달 25일 팟캐스트에 출연해 “그들(한국·대만 반도체 기업)은 우리가 자신을 보호해주길 원하며 우리가 돈(보조금)을 내게 만들었다”며 “(보조금을 주는 대신)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매겨 기업들이 미국에 제 발로 들어와 공장을 짓게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440억달러를 투자하고 64억달러,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하고 4억5000만달러의 보조금을 각각 받게 돼 있다. 트럼프가 당선돼 이를 백지화할 경우 투자 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