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이번 대선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쓰레기 발언’을 두고 백악관 내부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고 AP가 2일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쓰레기(garbage)’라고 부르는 듯한 바이든 발언을 두고 백악관이 발언 녹취록을 임의로 수정하자 그의 발언을 최초로 기록한 속기사들이 ‘절차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백악관은 대통령의 발언이 비속어라도, 있는 그대로 표기하는 전통을 갖고 있어 이 같은 녹취록 수정은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AP는 백악관 속기사 최초로 남긴 내용을 속기국(stenographer’s office)의 반발에도 백악관 공보국이 바이든 발언 녹취록을 수정했다고 전했다. AP는 당시 속기국이 백악관 상부에 “(대통령 발언을 수정한 녹취본은) 우리 속기록과 다르다”며 “이는 규정 위반이자 (대통령 속기의) 무결성을 훼손한 조치”라며 반발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입수해 이 같이 보도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쓰레기(garbage) 발언’은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 시기 급증한 불법 이민 급증 문제를 비판하면서 먼저 사용했다. 지난달 24일 남부 선벨트 경합주(州) 애리조나주 유세에서 트럼프는 “우리(미국)는 전 세계의 쓰레기통(Garbage can) 같다”고 했다. 이어 지난 27일 트럼프 뉴욕 유세에 찬조 출연한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했다. 이 즉시 미국 내 600만명에 이르는 푸에르토리코 출신과 라틴계 유권자 등 소수계들이 반발하면서 집중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캠프는 힌치클리프의 발언은 트럼프 입장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이를 정치 쟁점화했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양측이 주요 경합주의 소수계 표심을 선점하려는 상황에서 이 같은 ‘실언’은 호재였지만, 곧바로 바이든의 실언이 이어지면서 이번엔 민주당이 수세에 몰렸다.

바이든은 지난달 29일 히스패닉 유권자 단체 행사에 앞서 취재진이 힌치클리프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내가 보기에 밖에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his supporters)”이라고 했다. 공화당 측은 즉각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민 절반 가까이를 ‘쓰레기’라고 지칭한 것”이라고 반발했고 역풍은 거셌다. 해리스는 당일 “투표 성향으로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은 어떤 것이든 강력히 반대한다”며 바이든 발언에 대해 진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은 바이든의 발언을 수정했다가 내부 반발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당초 백악관은 백악관 홈페이지 및 백악관 기자단에 바이든 당시 발언을 ‘내가 아는 쓰레기는 트럼프 지지자들(his supporters)’라고 소개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백악관 공보국은 이 문구를 ‘트럼프 지지자의(his supporter’s)’라고 고쳤다. 차이는 소유격을 지칭하는 ‘어포스트로피 s(’s)’였다. 바이든이 말한 ‘쓰레기’가 트럼프 지지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자들이 내뱉는 (인종 차별적) 발언’이라는 취지였다. 즉 바이든이 겨냥한 것은 코미디언 힌치클리프의 ‘쓰레기 같은’ 발언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에이미 샌즈 속기국 감독관은 백악관 당국자들게 보낸 이메일에서 공보국의 속기록 수정이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라면서 “속기국과 공보실 사이의 속기록 절차 위반이며 무결성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고 AP는 전했다. 이어 샌즈 감독관은 “백악관 당국자들이 녹취록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철회할 수는 있지만, (녹취록) 무작위로 수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AP에 낸 성명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쓰레기 발언’은 코미디언이 한 증오 발언을 지칭한 것임을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이를 속기록에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사실상 백악관이 ‘정치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허위 속기록을 배포했다며 ‘대통령기록법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최근 공개한 성명에서 “백악관 직원들이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바꿀 수 없다”고 했다.

미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쓰레기’ 발언이 유권자 표심(票心)을 뒤흔드는 가운데 해리스는 바이든의 ‘설화’ 등으로 본격 거리두기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NYT는 최근 복수의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바이든과의 공동 유세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대선 마지막 유세에서 바이든과 함께 무대에 서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바이든은 해리스를 지원하기 위한 유세에 나서고 싶어하는 상황이라며 둘 간의 온도차가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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