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지난달 28일 서울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북한군 러시아 파병 중단 촉구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만명이 넘는 자국 군대를 파병한 것이 유럽 내 전쟁을 확대하고 자칫하면 글로벌 분쟁으로 키울 위험이 있다고 미국 워싱턴DC의 워싱턴포스트(WP)가 2일 사설을 통해 밝혔다.

WP는 이날 ‘우크라이나 군과 싸우는 북한군은 새로운 확전을 의미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푸틴은 전쟁을 국제화하는 데 성공했고, 미국과 서방은 이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북한 파병은 최악의 경우엔 유럽 전쟁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글로벌 분쟁으로 키울 수 있다는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사설은 “북한의 파병은 러시아가 전쟁을 더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추가적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며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병력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점진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지원은 러시아가 세계에서 고립돼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푸틴 대통령의 더 큰 목표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했다.

사설은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파병 대가로 현금을 받고, 간절히 얻길 원하면서도 유엔 제재 때문에 받을 수 없었던 군사 기술에 대한 접근권을 얻는다”고 했다. 이어 “북한군은 첨단 무기와 드론 사용을 포함한 현대전 실전 훈련을 (이번 파병을 통해) 받게 된다”며 “이런 경험은 미래 한국과의 분쟁에서 북한에 매우 귀중한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설은 “푸틴의 단기 목표는 미국의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 전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그간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 지역 일부를 양보함으로써 전쟁을 끝내겠다고 해왔는데, 트럼프가 당선되기만을 기다리면서 현상 유지를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또 “적대적인 반미 및 반서방 군사강국들의 치명적인 축은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러시아, 중국,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이며, 이란은 핵무기 보유를 열망하는 나라다. 유럽, 중동, 태평양의 개별적인 지정학적 인화점이 집중될 수 있다”고 했다.

러·북간 군사 밀착이 전세계 국가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정작 미국은 북한의 파병에 대응할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진단도 나왔다. 지난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무부는 (북한 파병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려 중이라고 밝혔으나 선택 사항은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그간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강도 높은 제재를 해왔고, 북한 역시 마찬가지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제재를 단행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WSJ는 전했다. 이어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 지원 등으로 무기고가 고갈되고 있기 때문에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움직임을 꺼리고 있다고 한다. WSJ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선거를 코앞에 두고) 미국이 러시아나 북한에 대해 새로운 조처를 발표하기보다는 기존 제재를 확실히 시행해 허점을 메우는 게 나을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