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시작된 미국 대통령 선거의 당선자는 이르면 6일 오후 2~3시(이하 모두 한국 시각 기준)쯤 윤곽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막판까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율 1%포인트 이내의 초박빙 접전을 벌인 만큼 승패가 확정되기까지 여러 날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편 투표를 포함한 사전 투표가 늘어난 점도 개표 지연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다.
미 대선은 인구에 따라 50개 주(州)와 워싱턴 DC에 분배된 선거인단 총 538명 중 과반(270명 이상)을 확보한 후보가 이긴다. 전국 득표율로 승자가 정해지지 않고, 주별로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하는 ‘승자 독식’ 방식이다. 투표는 버지니아·조지아 등 동부 주를 시작으로 가장 많은 투표인단이 걸린 캘리포니아를 거쳐 하와이·알래스카에 이르기까지, 마감 시각이 일곱 시간에 걸쳐 있는 긴 절차다.
올해 주별 투표는 6일 오전 8시~오후 3시 차례로 마감된다. 시간대가 같다고 함께 마치는 것은 아니고, 주마다 마감 시각이 제각각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결정할 일곱 경합주 중엔 조지아가 오전 9시, 노스캐롤라이나가 9시 30분, 펜실베이니아는 10시, 애리조나·미시간·위스콘신 등은 11시, 네바다는 정오에 투표가 끝난다. CNN은 “선거 종료 후 플로리다·오하이오처럼 선거인단이 많이 걸린 동부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강세 지역)’들에서 개표가 먼저 이뤄지면서 트럼프가 선거인단을 더 신속하게 확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특히 해리스의 ‘표밭’인 뉴욕·캘리포니아 등은 마감 시간이 다른 곳보다 늦어 두 후보 간 (선거인단 확보 수) 격차가 두드러져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선거인단 28명이 걸린 뉴욕은 오전 11시, 선거인단이 총 74명 걸린 서부 세 주(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는 오후 1시에서야 투표가 마감된다.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는 뉴욕·캘리포니아 등 대도시가 많은 주를 위주로 선거인단 총 226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트럼프는 텍사스·플로리다 등 남부 주 등에서 219명을 굳혔다고 평가된다. 일곱 경합주에 걸린 선거인단 93명이 결과를 좌우할 예정으로, 두 후보는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선거인단을 더해 가며 ‘270명’ 선을 먼저 넘는 후보가 대선 승리를 선언하게 된다.
개표 전 윤곽을 알 수 있는 출구조사는 주별 투표 마감이 끝난 직후부터 나올 전망이다. 한국 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부터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다. CNN이 출구조사 발표 시점 등을 토대로 추론한 시간대별 선거인단 집계 예측에 따르면 오전 11시까지는 트럼프가 20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해리스(148명)를 선거인단 수에서 54명 앞서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해리스가 선거인단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뉴욕·캘리포니아 투표가 마감된 후인 오후 2~3시쯤 해리스가 226명으로 트럼프(219명)를 추월할 전망이다. 일곱 경합주 집계 결과는 득표율 격차가 크다면 빨리 나오게 되지만, 차이가 작을 경우 여러 날 후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치러진 2020년 대선 때는 우편 투표 증가로 11월 3일 대선을 치르고, 닷새 후인 8일에야 당선자 조 바이든(민주당)이 승리 선언을 했다. 경합주였던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 최종 결과는 선거 후 열흘도 더 지나서 나왔다. 반면 코로나 전인 2016년 선거 때는 개표가 비교적 빨리 진행돼 대선(11월 8일) 다음 날인 9일 오후 4시 50분쯤 트럼프가 승리를 선언했다.
이번 대선의 또 다른 변수는 사전 투표다. 4일 기준 전체 등록 유권자(1억6600만명)의 절반 정도인 약 8260만명이 우편 투표를 포함한 사전 투표에 참여했다. 현장 투표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출구조사 결과에 착시가 있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이 중 우편 투표는 ‘시간대별 득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또 하나의 변수로 지목된다. 경합주 중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은 선거 당일이 돼야 미리 받아둔 우편 투표 개표를 시작한다. 또 조지아·네바다 등은 선거 당일 소인이 있으면 선거일 이후 최장 나흘 이내에 도착한 투표용지도 접수·집계한다. 우편 투표는 간편함을 선호하는 젊은 층 등이 비교적 많은 민주당 지지자가 더 좋아한다고 알려졌다. 현장 투표함을 먼저 열어 집계한 다음 우편 투표를 집계할 경우, 초반에 공화당 득표율이 높게 나오다가 뒤로 갈수록 민주당 득표율이 따라붙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2020년 대선 때 이와 비슷한 이른바 ‘붉은 신기루’(red mirage·공화당의 상징색인 붉은색에 빗댄 표현)’ 현상이 일어나, 우편 투표가 집계된 후에야 민주당 우세로 판세가 뒤집혀 결국 바이든이 승리했다.
NBC뉴스 등은 올해도 해리스가 여론조사에서 소폭 우위를 보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을 중심으로, 개표 초반 트럼프의 득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해리스가 따라붙는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부정 선거 가능성’ 의혹을 자꾸 제기하는 트럼프가 초·중반 현장 투표를 중심으로 한 개표 상황을 근거로 일방적으로 ‘승리 선언’을 했다가 최종 패배한다면, 불복 시위 등이 확산하며 혼란이 확산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붉은 신기루
개표 초반 공화당 대선 후보 득표율이 높게 나타나다가 서서히 격차가 줄어 민주당 후보에게 역전까지도 당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색에 빗댄 표현이다. 대부분 선거구에서 현장 투표를 먼저 집계하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우편 투표는 개표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2020년 대선 때도 현장 투표를 선호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몰려 초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우세를 보였지만, 우편 투표 집계 이후 판세가 뒤집혀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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