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 대선 이후 첫 대국민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며 “평화롭고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을 위해 당선인 팀과 협력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월 자신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뒤 캠페인을 이어받았다가 패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영감을 주는 선거운동을 펼쳤다”며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길 바란다”고 했다.
바이든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꼭 선거에서 승리해야만 나라를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미국의 선택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대선에서 확인된 극심한 정치 양극화를 의식한 듯 “누구에게 투표했든 흥분을 가라앉히고 서로를 적이 아닌 동료 미국인으로 대하자”고 촉구했다. 바이든은 “미국은 국민이 자신의 지도자를 선택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실험을 200년 넘게 계속해 왔다”며 “민주주의는 국민 의지가 항상 우선이다.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위해 트럼프 당선인과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정직하고 공정하며 투명한 미국 선거 시스템의 무결성에 대한 의문을 잠재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첫 흑인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 해리스의 캠페인을 칭찬하는 데도 발언의 일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해리스는 영감을 주는 선거운동을 펼쳤고, 내가 일찍부터 존경해온 해리스의 인품을 모든 국민이 알게 됐다”며 “온 마음과 노력을 다했으니 그녀와 팀 전체가 이번 캠페인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좌절은 피할 수 없지만 포기는 용서할 수 없다”며 대선 패배 후 낙담에 빠진 지지자들을 위로했다. 바이든의 임기는 내년 1월 20일까지다.
한편 민주당 안팎에선 대선 패배를 놓고 ‘바이든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고령의 바이든이 무리하게 대선 완주를 고집하다 실기했다는 것이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대선 패배에 책임을 느끼냐’는 질문에 “바이든이 후보에서 물러나고 출마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옳았다고 믿는다”며 “패배 책임을 규명하는 일은 정치 전문가들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잔피에어는 “코로나 대유행이 공급망 차질을 초래했고, 그게 여러 집권 세력에 정치적 비용을 치르게 했다”면서도 “대통령은 자신이 이룬 업적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