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F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6일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25분 전화 통화에 배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크는 지난 7월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주(州) 유세 도중 피격을 당하자마자 지지를 선언, 약 2500억원의 선거 자금을 투입해 ‘대통령 트럼프’를 만든 1등 공신이다. 정상 통화 중 수화기까지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져 ‘트럼프 2기’의 최고 실세임을 또 한 번 인증했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자택에서 같이 있던 머스크에 수화기를 건넸고, 젤렌스키가 머스크에게 통신 지원에 대한 사의를 전달했다고 한다. 머스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통신망이 파괴되자 자신이 소유한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망인 ‘스타링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통화에서 “스타링크 위성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란 뜻을 밝혔다고 한다. 트럼프가 유세 도중 이를 여러 차례 자랑한 적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 6일 대선 승리 연설 당시 “우리의 새로운 스타이자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한 명”이라며 머스크를 칭찬하는 데 발언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정상 간 통화에 기업인이 배석하는 건 전례가 드문 일이다. 머스크는 같은 날 진행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통화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지도자 간 통화에 참여했다는 건 놀라운 수준의 정치적·경제적 권력을 축적했다는 증거”라며 “스스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요한 일을 맡을 의향을 내비친 셈”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불필요한 연방 정부 지출을 줄이고 인력을 감축할 ‘정부효율성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머스크를 기용할 수 있다는 언급을 계속 해왔다. 머스크는 선거 후엔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CNN·MSNBC 등 진보 성향 언론들이 “민의(民意)를 왜곡하려 했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머스크의 정치적 부상과 맞물려 테슬라의 주가도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8일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사흘째 이어진 급등세로 시가 총액이 1조 달러(약 1398조원)가 넘었다. 종가 기준으로는 2022년 4월 25일 이후 약 2년 6개월여 만의 최고치인데, 주력 분야인 자율주행기술에 대한 정부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머스크의 지분 가치도 늘어나 재산이 하루 사이 200억 달러(약 28조원) 넘게 증가하는 일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지난달 5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를 웃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