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참패를 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론’이 민주당 내에서 이어지고 있다. 고령 논란이 이어지던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직에서 일찍 사퇴하지 않고 버텨 해리스의 패배로 이어졌다는 취지로, 당내 중진 정치인들까지 공개적으로 그를 비판하고 나섰다.
여성 최초로 연방 의전 서열 3위인 연방 하원 의장을 지내고 이번 선거에서 20선(選)에 성공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9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 패배 이유로 바이든 사퇴가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펠로시는 “대통령이 더 빨리 후보직을 사퇴했다면 다른 후보들이 경선에 참여했을 수도 있다”며 “(당시) 대통령이 사퇴하면 경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고 했다.
바이든은 지난 6월27일 첫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상대로 말을 더듬거나 허공을 쳐다보는 등의 행동으로 참패하면서 고령 논란이 급속도로 커졌다. 결국 대선을 100여일 앞둔 7월 21일 사퇴했다. 그는 당시 사퇴 1시간 만에 다음 후보로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해 사실상 당내 경선이 진행될 가능성을 차단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서둘러서 미니 경선을 치르자고 제안했지만 해리스는 경선 없이 약 한 달 뒤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펠로시는 “(경선이 치러졌다면) 해리스 부통령은 더 잘 해내고 더 강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 후 해리스 부통령을 즉시 지지했기 때문에 당시 경선을 치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했다.
친민주당 성향의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 조쉬 바로도 9일 ‘모두 바이든의 잘못’이라는 칼럼에서 “만약 바이든이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수성하면서 그나마 선방한) 2022년 중간선거 직후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났다면, 다른 (당내) 후보를 배출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를 시간이 있었을 것”이라며 “다른 후보가 나왔다면 그 후보는 (인플레이션, 불법입국 급증 등) 바이든의 기록을 훨씬 더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바이든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때 물러나는데) 실패했으며 가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7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대선 패배에 책임을 느끼냐’는 질문에 “바이든이 후보에서 물러나고 출마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옳았다고 믿는다”며 “패배 책임을 규명하는 일은 정치 전문가들에게 맡기겠다”고만 했었다. 당시 그는 “코로나 대유행이 공급망 차질을 초래했고, 그게 여러 집권 세력에 정치적 비용을 치르게 했다”면서도 “대통령은 자신이 이룬 업적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