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국무장관으로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을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1971년생인 루비오는 트럼프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州)를 지역구로 하는 3선의 히스패닉 의원으로 한때 공화당의 차세대 지도자로 기대를 모았다. 과거 트럼프에 ‘리틀 루비오(Little Rubio)’라 조롱당한 악연이 있지만, 이번 대선에선 러닝메이트로도 유력하게 거론됐다. 2016년 대선 경선에 출마한 적이 있고, 미 의회의 대표적인 대중(對中) 강경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북한 핵·미사일, 중국·이란 문제 등에 있어서도 매파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NYT는 이날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마지막에 생각을 바꿀 수도 있지만 일단 루비오를 임명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루비오는 2010년 상원 입성 후 상당 기간을 외교위·정보위에서 보낸 외교·안보통으로,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마이애미의 쿠바 이민자 집안의 아들인 그는 바텐더 부친과 호텔 청소부 모친을 두었다는 점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성공 사례로 거론돼왔다. 플로리다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마이애미대에서 법무 박사(J. D.) 학위를 받았다. 2000년 플로리다 주 의회 하원의원으로 5선을 했고, 2010년 같은 곳에서 최연소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젊은 나이에 의회에 진출했고, 유색 인종 출신이란 점 때문에 “공화당의 버락 오바마라”라 불리기도 했다.
루비오는 과거 “미국이 제공한 자유와 기회 덕분에 고등교육을 받고 상원의원까지 될 수 있었지만 내가 자란 플로리다에서 멀지 않은 쿠바는 시민들이 독재·가난에서 허덕이고 있고 엘리트 계층만 호의호식하고 있다”며 “한국과 북한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비무장지대(DMZ) 남쪽의 한국은 자유와 풍요를 누리고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품고 사는 반면, 북한은 쿠바와 마찬가지로 엘리트만 호의호식하며 주민들은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루비오는 또 “북한은 정부가 아닌 일정한 영역을 통제하고 있는 범죄 집단”이라 했고, 김정은에 대해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자기 자신을 과신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동북아 정세에도 관심이 많은 편인데 2015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역사적 정확성, 지정학정 안정이란 이익을 위해 일본 정부가 (여성 위안부 문제에 대해) 더욱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또 이듬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선 ‘대통령이 되면 전용기로 방문할 곳이 어딘가’라는 질문에 “동맹을 찾아갈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한국, 일본을 차례로 언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평화 통일’ 구상에 대해 “통일된 자유·민주 한국이 모든 한국인에게 평화, 번영, 자유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공개 지지한 적도 있다.
루비오는 중국에 대해 의회에서 손에 꼽히게 비판적인 인물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에 반대하며 “레드 카펫을 깔아줘서는 안 된다”고 했고,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를 여러 차례 공개 제기한 바 있다. 중국계 회사가 모기업인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틱톡’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국무장관에 임명될 경우 트럼프 2기의 대중 강경 드라이브를 최선봉에서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인권을 중시하고 외교의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전쟁이 교착 상태에 다다라 결론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트럼프가 띄운 종전론(終戰論)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