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드라이버 스윙은 제가 본 것 중 가장 반복하기 쉬운 스윙입니다. 나도 그렇게 반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부러워요.”
올해 US오픈 우승자이자 괴력의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골프 실력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 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골프 외교’를 위해 8년 만에 골프채를 다시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광인 트럼프의 골프 실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TV토론 때 “나는 두 번이나 시니어 대상이 아닌 클럽 챔피언십에서 승리했다”며 자신의 골프 실력을 과시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미 전역에 자신의 이름이 붙은 골프장 12개를 소유하고 있다. 대선 기간 때도 주말에는 뉴저지 베드민스터나 플로리다 마러라고의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냈을 정도로 골프사랑이 남달랐다. 트럼프가 첫 번째 임기 4년 동안 골프장을 방문한 횟수는 300회가 넘는다. 주말이면 거의 빠짐없이 골프장을 찾았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발발 이후 잠시 자제했지만, 그해 5월 골프장을 다시 찾았다. 여기에는 참모진과 각료, 상·하원의원뿐만 아니라 타이거 우즈, 잭 니클라우스, 아니카 소렌스탐, 게리 플레이어 등 전·현직 골프 스타들이 줄줄이 동행했다.
트럼프는 지난 8월 골프 유튜버 트래비스 밀러와의 인터뷰에 출연해 “나는 25년 전보다 지금이 더 나은 선수라 생각한다”며 “시니어 대회에서 너무 잘해서 ‘정규 대회에서 뛰는 게 낫겠다’고 사람들이 말할 정도”라고 했다. 자신이 팜비치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55~65세의 숙련된 선수들을 쉽게 꺾었고, “나는 젊은 선수들과 경쟁해야 한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스크래치 플레이어(scratch player·핸디캡이 제로인 플레이어)’라 주장하는데, 규정 타수(대개 18홀 72타) 이내로 경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전문가들은 “사실이면 트럼프는 미국 최고의 아마추어 골퍼 중 한 명이라는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트럼프 손녀인 카이 트럼프는 지난 7월 전당대회때 연설을 하며 “우리 할아버지는 항상 전화를 걸어 본인의 플레이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다”고 한 적이 있다. 골프 전문매체 골프 다이제스트가 2017년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부터 트럼프까지 19명의 대통령 가운데 골프를 친 16명의 순위를 매긴 적이 있는데 트럼프가 1위에 올랐다. 트럼프는 핸디캡 2.8 정도에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280야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골프 전문기자 릭 라일리는 2019년 펴낸 책에서 “트럼프가 골프를 치며 자주 속임수를 쓴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2017년엔 트럼프가 68타를 쳤다고 주장하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94년 평양의 한 골프장에서 처음으로 골프를 쳐 본 김정일이 38언더파(34타)를 쳤다는 것과 비교된다”고 꼬집었다.